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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 수사 검사' 탄핵안…검찰총장 "차라리 날 탄핵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9일 ‘고발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이날 곧바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의 정국 반전 카드면서, 동시에 탄핵 대상자의 직무집행이 자동 정지된다는 점까지 계산한 ‘노림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사범죄대응 TF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사범죄대응 TF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수사’ 이정섭, ‘고발사주’ 손준성 대상

민주당 ‘검사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인 김용민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돌린 개별 편지에서 두 검사를 ‘위법 검사’로 규정했다. 김 의원은 “손 차장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국회의원 입후보자, 범여권 유력인사, 주가조작·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한 기자 등을 피고발인으로 한 고발장을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 측에 제공했다”며 “이 인물들을 고발하도록 해 수사대상이 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행위로 헌법 제7조(직업공무원제도)와 제24조(선거권), 형법 제123조(직권남용죄) 등 총 11개 헌법·법률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손 차장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차장에 대해선 “코로나로 인해 집합금지가 된 스키장 리조트를 대기업 부회장 조력을 받아 이용하는 등 청탁금지법 위반 등 부적법한 행동을 했다”며 “처가가 운영하는 용인CC에 선후배 등 동료검사들의 예약을 부정하게 도와줬다”고 했다. 또 “이 차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재판 당시 공소유지 검사임에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사람을 사전에 만나 면담했다”며 “이로 인해 대법원에서 증언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김 전 차관이 무죄를 선고 받는 빌미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차장이 헌법 제7조와 27조(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청탁금지법 제8조, 검찰청법 제4조(정치적 중립의무) 등 16개 헌법·법률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국회 의결→檢 직무집행 자동 정지 노린 것”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이어 헌재가 파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가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이어 헌재가 파면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뉴스1.

그러나 일각에선 민주당의 ‘위법 주장’은 명분일 뿐, 실제 노림수는 따로 있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 재판연구관(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국회가 탄핵소추만 의결하면 탄핵심판 때까지 검사 직무집행이 자동 정지된다는 점을 민주당이 노린 것 아니겠느냐”며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처분을 통해 해임하는 방법을 두고도, 정치권이 ‘검찰 흠집내기’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마음에 안든다고 일을 못하게 하는 전례를 만들면 앞으로는 수사 때마다 검사를 탄핵하려고 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석의 배경에는 탄핵소추안이 ‘거야(巨野) 국회’를 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까지 이르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헌법 제65조 1항과 헌법재판소법 제48조등에 따르면 탄핵사유는 검사의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직무 집행상의 행위와 관련이 있을 것을 요구한다. 사생활이나 정치적 무능력이나 공무원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은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고려하면, 현재까지 민주당이 제시한 ‘검사 탄핵’ 사유만으로 헌재의 파면 결정을 이끌어 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헌법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생활, 중대한 위헌·위법”…까다로운 요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021년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21년 10월 각하됐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2021년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21년 10월 각하됐다. 연합뉴스.

위헌·위법행위가 검사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반행위인지 아닌지도 주요 요건이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판례(2004헌나1)에 따르면 당시 헌재는 “직무 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 위반을 이유로 파면해야 한다면 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따라서 헌법재판소법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B 변호사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 소추(2021년), 올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 모두 헌재에서 각하되거나 기각됐다”며 “다수 재판에 관여했거나 이태원 참사 책임 등 두 사건 탄핵소추 사유와 비교하면 검사들의 비위 의혹이 더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했기 때문에, 다른 ‘전략적 판단’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재적 과반 찬성시 의결은 가능…野 내부도 의견 분분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탄핵 남발 민주당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와 관련해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탄핵이자, 검찰을 마비시키는 협박탄핵, 당대표에 대한 사법절차를 막으려는 방탄탄핵"이라며 "앞으론 마음에 들지 않는 선고를 한 판사를 탄핵하려고 할 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정섭 차장과 관련해선 “수사팀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제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기 전까지, 민주당 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민주당은 이희동 대검 공공수사기획관과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에 대해서도 탄핵 여부를 논의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희동 차장은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한 것, 임홍석 검사는 라임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접대를 받고 고발사주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 민주당이 밝힌 고발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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