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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만 200개…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30년 결혼, 참담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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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의 결혼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우리 가정의 일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친 것이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기 그지없습니다.”

최태원(63) SK 회장과 노소영(62)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9일 서울 서초구 종합법원청사 앞. 취재진 앞에 선 노 관장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 사건으로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 마지않는다”고 한 노 관장은 “적정 위자료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 등의 질문엔 답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2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2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신청 증거 약 200개…지출 내역도 제출 요구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이날 변론준비절차는 약 1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노 관장은 이날 재판이 끝나갈 무렵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참담하다” 등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출장 중인 최 회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은 재판이 끝난 후 입장문을 내 “법정 심리에 집중하며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양측이 제출한 준비서면과 증거를 검토하고, 추가로 제출해야 할 자료가 무엇인지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법원에 따르면 노 관장과 최 회장 측은 현재까지 재판부에 준비서면을 각각 15차례 제출했다. 양측이 신청한 증거 역시 각각 약 1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1심에 비해 더 자세한 부분까지 재판부가 심리하고 있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재판에 앞서 양측에 결혼생활 중 소득과 지출 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BOK-KCCI Seminar)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한국은행-대한상의 공동세미나(BOK-KCCI Seminar)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에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1989년 노 관장과 결혼한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가 있다고 공개하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이 낸 이혼 조정신청과 재판 등에 응하지 않던 노 관장은 2019년 돌연 맞소송을 냈다. 결혼 파탄의 책임이 있으니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고 SK그룹 주식 절반 등 5167억원을 달라는 청구였다.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 가사 2부(부장 김현정)는 시가 1조 원이 넘는 최 회장의 SK주식에 대해서는 “노 관장이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분할 대상이 아닌 특유재산이라 봤다. 이를 제외한 부동산·예금 등에 대해서만 노 관장의 기여도 40%를 인정해 665억원을, 위자료로 1억원을 주라고 했다. 노 관장은 항소했다.

‘1조원대 SK 주식 분할 가능성’ 최대 쟁점

항소심에서 양측은 노 관장이 SK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쳤는지를 두고 다툴 예정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유재산이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특유재산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노 관장은 항소 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저는 SK의 무형의 가치, 즉 문화적 자산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며 “아트센터 나비는 기술과 예술을 결합해서 불모지였던 미디어아트 영역을 개척한 SK그룹의 문화적 자산이다. 시작부터 남편과 의논하며 설립했고 20년 가까이 SK그룹과 협력하며 유지해 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 측은 이에 대해 “(이는) 이미 오랜 기간 확립된 법원의 판단 기준”이라고 1심 판결을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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