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34조 대박' 악영향? FT "폴란드 정권교체에 무산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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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정권 교체가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폴란드의 정치적 변화로 한국의 수백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15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폴란드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한 K2 전차 모습. K2 전차에 대한 폴란드군의 만족도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폴란드 국방부

지난 8월 15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폴란드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한 K2 전차 모습. K2 전차에 대한 폴란드군의 만족도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폴란드 국방부

FT에 따르면 민족주의 성향의 우파 법과정의당(PiS)이 이끄는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로 구매하면서 긴급 지출을 위한 특별 기금을 사용했다. 이를 놓고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연합은 너무 과도한 지출이라고 비판해왔다.

때문에 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이 야권연합이 주도하는 새 정부가 구성되면 진행 중인 무기 수출 협상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FT는 전했다. 매체는 한국 기업 대표, 전 방위사업청 간부 등을 인용해 폴란드 새 정부 입장에선 올해 국방비(약 30조원)와 비교해 이번 계약 규모가 너무 크다고 여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7월과 10월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방력 강화를 위해 국내 관련 기업들으로부터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FA-50 경공격기 48대, 천무 288문 등을 구매하는 기본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은 폴란드와 총 17조원 규모의 1차 무기 공급사업 실행계약을 맺었고, 약 20~30조원에 달하는 2차 실행계약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실제로 폴란드는 과거 정권이 교체됐을 때 기존 무기 계약을 취소한 전력이 있다.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한 법과정의당은 이듬해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로부터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에 군용 카라칼 헬리콥터 50대를 사기로 한 계약을 파기해 에어버스 지분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독일 등과 갈등을 빚었다.

야권연합을 이끈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쪽 측면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폴란드2050(PL2050) 등 일부 야당은 총선 승리 후 비용 지출이 큰 국방 정책을 감사하겠다고 공언했다.

폴란드2050의 미하우 코보스코 부대표는 "우리는 체결된 모든 계약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하거나 카라칼 헬리콥터와 같은 분쟁을 반복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비밀에 부쳐진 구체적인 조건 등에 대해선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로템이 지난 3월 31일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 및 PGZ 산하 방산업체인 WZM과 폴란드형 K2 전차 생산 및 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컨소시엄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현대로템이 지난 3월 31일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 및 PGZ 산하 방산업체인 WZM과 폴란드형 K2 전차 생산 및 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컨소시엄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차기 폴란드 정부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계약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원전사업에도 협력하고 있는데, 만약 무기 계약 협상이 어려워지면 국방 분야를 넘어 양국 관계에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중앙일보에 "이미 예상했던 상황으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독일이 당장 폴란드의 무기 수요를 채워줄 수 없기 때문에 새로 교체된 폴란드 정부에 우리의 입장을 잘 설명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폴란드의 새 의회는 오는 13일 열리지만, 법과정의당 등이 시간을 끌고 있어 새 정부는 다음 달에나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상·하원 총선 개표 결과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은 하원에서 35.4%를 득표해 제1당이 됐지만, 과반(231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민족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극우 성향 정당인 자유독립연합(득표율 7.2%)과 합해도 전체 460석의 과반에 상당히 못 미치는 196석에 그쳤다.

대신 연립정부 구성을 결의한 시민연합(KO·30.7%), '제3의 길 연합'(PSL·14.4%), 신좌파당(8.6%) 등은 총 득표율 53.7%로 248석을 확보해 8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게 됐다. 이에 따라 폴란드 정치 지형에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다. 법과정의당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성 소수자에 반대하는 정책을 펴는 등 권위주의를 강화하면서 유럽연합(EU)과 분쟁을 벌여왔다. 반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지낸 투스크가 이끄는 야권연합은 친(親)EU 노선으로 복귀하고, 반(反)이민 정책 등에 제동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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