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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이 방산지형 바꿨다…韓, 세계 5위 수출국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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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현대로템이 지난 3월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 및 PGZ 산하 방산업체인 WZM과 폴란드형 K2 전차 생산ㆍ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컨소시엄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현기 방위사업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 안경수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전무), 세바스찬 흐바웩 PGZ 회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사진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지난 3월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 및 PGZ 산하 방산업체인 WZM과 폴란드형 K2 전차 생산ㆍ납품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컨소시엄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현기 방위사업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 안경수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본부장(전무), 세바스찬 흐바웩 PGZ 회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사진 현대로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방산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대거 공급해 온 미국 등 서방의 탄약 재고가 바닥난 가운데, 한국이 빠른 납기일과 가격 경쟁력 등을 강점으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해당 보도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방산 수출국 중 하나”라며 “지난해 한국의 무기 판매액은 11월 말까지 170억 달러(약 23조원)로 전년 동기의 두 배 이상 늘었다”라고 전했다.

한국 방산 수출이 급증한 것엔 냉전 이후 유럽과 미국의 군수업계 지형 변화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유럽은 냉전 이후 대규모 군사력이 필요한 지상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줄었다고 보고, 전차와 중화기 보유량을 줄였다. 대부분의 예산은 전투기와 함정 구입에 썼다. 원자재 확보도 줄이면서 탄약 생산에 필요한 화학·전자 제품, 생산 인력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치열한 지상전과 소모전 양상을 띄게 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빠른 속도로 탄약을 소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해주던 서방은 재고가 떨어짐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탄약 수요를 맞출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은 그러나 상황이 다르다. 북한을 적으로 둔 한국은 냉전 종식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탄약 생산량을 유지해왔다. 미 스팀슨센터 재래무기프로그램 분석가 일라이어스 유시프는 “한국은 자국 군대의 요구에 맞춰 강력한 국방 생산 생태계를 유지해왔다”며 “안보 환경이 서방처럼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무기 구매국에 생산 공장 건립 지원, 기술 이전 등에 있어 ‘관대한’ 편이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한국의 K9 자주포는 독일제 자주포 PzH-2000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폴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 등은 기존 자주포를 우크라이나에 내준 후 한국으로 눈을 돌렸다. 한국산이 가격도 거의 절반인 데다 몇 달 안에 납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 무기 시스템은 미국과 독일의 기술 이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폴란드와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원국에 이상적이다. WSJ은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같은 방산 수출 경쟁국에 비해 주변국과의 정치 환경이 상대적으로 복잡하지 않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방산 시장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시에먼 웨즈먼 선임연구원은 “역내 위협이 한국이 중동과 유럽에서 큰 방산 계약을 따낸 첨단 기술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한국은 몇 년 안에 세계 5위의 무기 수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IPRI에 따르면 2018∼2022년 한국은 전 세계 방산수출 시장에서 2.4% 점유율로, 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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