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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한강 시민 위협하는 '자라니'…"시속 20㎞ 제한" 칼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자전거 코스인 한강 자전거도로가 전면 개선된다. 사진은 24일 서울 이촌한강공원 자전거 도로. 뉴스1

서울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자전거 코스인 한강 자전거도로가 전면 개선된다. 사진은 24일 서울 이촌한강공원 자전거 도로. 뉴스1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따릉이'를 타고 서울 광나루한강공원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박씨처럼 자녀와 나들이 삼아 나온 시민보다 사이클 선수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가 많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는 박씨에게 큰 소리로 “비켜”라고 위협하거나 호통치는 시민도 있었다.

이른바 ‘자라니’가 한강공원 자전거도로를 점령하면서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전거’와 ‘고라니’ 합성어인 자라니는 도로에서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의미한다.

서울시 한강 자전거도로 종합개선

한강공원 자전거 사고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한강공원 자전거 사고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서울시는 8일 “자전거도로 일정 구간에서 속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을 연말까지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자전거 속도를 시속 20㎞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서울시가 자전거 속도를 제한하는 건 안전사고가 잦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최근 5년간 한강 공원에서 발생한 자전거 안전사고는 471건이다. 이중 과속 때문에 발생한 사고가 48.2%로 절반에 육박한다.

서울시는 폐쇄회로(CC)TV를 활용해 과속을 단속하기로 했다. 자전거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CCTV를 뚝섬·이촌·망원 등 한강 공원에 총 40개 설치한다. CCTV는 과속 자전거를 탐지하면서 안전 속도를 준수하라는 안내 방송 시스템도 갖춘다.

과속 탐지 CCTV와 별도로, 자전거도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42개소에 일반 CCTV도 추가로 설치한다. 이렇게 하면 현재 127개인 CCTV는 177개로 늘어난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같이 가는 교차로는 우회로를 마련한다. 반포 서래섬 나들목, 노량대교 하부 도로, 여의도 한강 공원 상·하류 보행교가 공사 대상이다.

자전거 속도 저감을 유도하는 시설도 설치한다. 일부 자전거 도로를 유색으로 포장하고, 혼잡한 교차로에 회전교차로를 만드는 방식이다. 오는 2025년까지 여의도 샛강하류, 반포 동작대교, 잠실 잠실나루나들목 등 3곳에 설치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기반 CCTV로 과속 탐지

시속 20km 이내의 안전속도를 홍보하고 있는 서울시 자전거패트롤 봉사단. 사진 서울시

시속 20km 이내의 안전속도를 홍보하고 있는 서울시 자전거패트롤 봉사단. 사진 서울시

이와 함께 서울시는 보행자를 보호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우선 한강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이 자전거에 부딪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행자 보호 시범구간’도 운영한다. 보행자 통행이 잦은 횡단보도 반경 100m 이내가 대상이다. 이곳엔 보행자보호구역 표지판을 설치하고 과속방지턱이나 고원식 횡단보도를 도입한다. 고원식 횡단보도는 횡단보도 높이를 인도와 동일하게 높여 과속방지턱 역할까지 겸하는 횡단보도다. 이곳에선 속도제한을 10㎞ 이내로 제한한다.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를 완전히 분리하고 폭을 확장하는 공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유도봉으로만 구분한 3.7㎞ 자전거도로 구간을 보행로와 분리한다. ‘과속은 생명을 앗아가는 흉기’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입간판 170개도 설치한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설치할 예정인 자전거안전 현수막 시안. 사진 서울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설치할 예정인 자전거안전 현수막 시안. 사진 서울시

이 밖에도 서울시는 한강 공원 78㎞ 전 구간에 거리표지목·노면표지를 설치하기로 했다. 자전거도로가 시작한 시점으로부터의 거리를 표시하는 ‘거리표지목’을 1㎞ 간격으로 세우고, 바닥에 거리를 안내하는 ‘노면표지’는 5㎞ 간격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한강 공원 자전거도로 종합 개선 사업을 오는 2025년까지 100% 완료해 보행자·자전거 모두 안전하게 한강 공원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강 공원을 이용하는 자전거는 시속 20㎞ 제한속도를 준수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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