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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처럼 일해라" 깜짝 임원메일…26세女 콕 집었다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홈플러스의 김해인(왼쪽), 이예림 바이어가 각자 론칭한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홈플러스

홈플러스의 김해인(왼쪽), 이예림 바이어가 각자 론칭한 상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홈플러스

지난달 말 홈플러스 마케팅·영업·상품부문 소속 직원들은 상품 담당 임원에게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여느 때와 같이 주요 판매 제품과 프로모션 등을 잘 챙겨 달라는 내용이었지만, 이번엔 특정 직원을 칭찬하는 글로 시작하는 것이 달랐다.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 新조직 전략

이 임원은 지난달 26일 겨울 시금치를 작년보다 일찍 선보여 판매량을 늘린 채소팀 이예림(26) 바이어에 대해 언급하며 “입사 30개월 된 바이어가 미리 잘 준비해 제품을 적시에 가격 경쟁력 있게 공급했다. 고객에게 메리트를 제공하면서 겨울 시즌 시작도 알렸다”며 “이런 좋은 사례처럼 모두 적극적으로 일해 달라”고 썼다고 한다.

이예림 바이어는 올해 입사 3년 차로 일교차가 크면 시금치의 단맛이 빨리 올라올 것을 예측해 지난해보다 한 주 일찍 3000원대(300g) 가격에 시금치를 내놨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26~29일 시금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가량 늘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공식 이메일에서 개인을 칭찬하는 일이 흔치 않은 일”이라며 “고물가 현상이 길어지면서 상품을 싸고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자 바이어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8일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형마트 업계가 조직 정비와 일하는 문화 개선에 나섰다. 이처럼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가 하면 새로운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거나 조직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식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홈플러스는 경력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젊고 유연한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재직 기간 3년 이하, 평균 나이 29세의 직원 12명이 ‘플러스 체인저’로 활동하며 소통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조직문화 개선의 효과는 상품기획과 조달 성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홈플러스 바이어의 평균 나이는 약 35세로 2018년 대비 3~4세 낮아졌다.

이 회사 축산팀 김해인(28) 바이어 역시 20대로 올여름 캐나다산 돈육인 ‘보리 먹고 자란 돼지’의 냉동 삼겹살 브랜드를 기획해 일주일 만에 온라인 핫새(핫하거나 새롭거나) 코너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이 브랜드의 대패 삼겹살·목심도 추가 론칭해 온라인 같은 코너 일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김 바이어는 레트로풍의 패키지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했다.

20년 베테랑들 모아 ‘상품개발 TF’ 신설 

이마트는 지난 9월 한채양 대표 취임 이후 고물가 시대 차별화한 상품 개발을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상품군별 매입 담당 팀장으로 이뤄진 ‘상품개발 TF’와 고객 편의 확대를 위한 ‘트레이더스2.0 추진팀’이다.

상품개발 TF는 트레이더스 본부장 직속으로 의사결정이 빠른 것이 장점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품기획 경력 15~20년 차들이 직접 초가성비 상품을 발굴해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직매입으로 가격을 더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뉴스1

서울 노원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뉴스1

트레이더스2.0 추진팀은 이마트앱을 통해 최대 80% 저렴하게 상품을 공동 구매할 수 있는 ‘오더픽’에서 트레이더스 상품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 밖에도 올해 초부터 연중 물가 방어 프로젝트인 ‘더리미티드’를 통해 분기별로 파격적 가격의 상품을 선보여왔다.

행사 상품을 개발하는 MD혁신담당은 분기별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을 분석한 뒤 대량 매입, 해외 소싱, 사전 계약 등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최대 절반의 가격으로 상품을 내놓는다. 가령 3분기에 출시한 더리미티드 양념 닭불고기는 국내 닭 가격이 올라갈 것을 예측하고, 신규 산지인 브라질에서 닭을 구매해 원가를 절감했다. 2분기에 출시한 더리미티드 참타리버섯은 50만 개를 대량 발주해 원가를 낮췄다.

롯데마트 고객이 '온리원딜' 특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고객이 '온리원딜' 특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마트·슈퍼 통합 소싱으로 가격 낮춰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마트와 슈퍼의 통합 소싱으로 물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펴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한 절임배추는 가격을 평균가보다 낮춘 덕에 지난해보다 3배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시세가 급등한 홍로 사과 역시 마트와 슈퍼가 함께 매입해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었다. 서울 노량진 새벽시장 회에 이어 최근에는 경북 청도 지역 농가에서 크기가 작아 시장에 팔지 못한 홍시를 대량으로 사들여 작년보다 1000원 싸게 내놨다.

매입 물량 확대로 최대 50% 저렴한 ‘온리원딜’ 상품은 최근 20여 개에서 80여 개로 늘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마트와 슈퍼가 각각 상품을 매입할 때보다 수량을 20%가량 늘려 합리적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통합 소싱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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