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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 정계 진출? 루머 끊이지 않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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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처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한 펑리위안 여사. AP

2013년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처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한 펑리위안 여사. AP

중국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정계 진출설이 최근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지난주 리커창(李克强) 전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에 펑 여사가 깜짝 등장한 이후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이 같은 소문이 중화권 사회에서 급속하게 유포되고 있다. 이를 두고 펑 여사의 정계 진출을 위한 포석이란 주장과 리 총리 사망에 대한 의혹을 희석하려는 전략이란 음모론도 거론된다.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뭘까?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는 지난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의 중앙정치국 진입 가능성을 제기한 소문을 다뤘다.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묘지에서 지난 2일 열린 리커창 전 총리의 장례식에 과거와 달리 펑 여사가 조문을 왔기 때문이다. 이날 펑 여사는 이례적으로 시진핑 주석 다음이지만 나머지 정치국 상무위원 6인에 앞서 리 총리를 참배했다.

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 부인 청훙(왼쪽)을 위로하는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 신화=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전 국무원 총리 부인 청훙(왼쪽)을 위로하는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 신화=연합뉴스

자유시보가 인용한 SNS 게시글의 주장은 이렇다. 구이저우(貴州)성 당서기 출신의 여성 국무위원인 선이친(諶貽琴)이 최근 중화전국부녀연합회 주석으로 임명돼 앞으로 중앙정치국 위원 자리 하나가 비게 될 것인데, 펑 여사가 그 중앙정치국 위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인사 관례를 깬 바 있는 시 주석의 행보를 보거나 시 주석이 리커창 총리 조문에 펑 여사를 대동한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지난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펑 여사의 조문을 매우 흔치 않은 일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RFA는 리펑(李鵬) 총리와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과거 국가 지도자의 영결식에 펑 여사가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펑 여사의 이번 등장을 두고 여러 추측이 제기됐다. 그중 하나는 시 주석이 부인을 대동해 리커창 총리 가족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부각함으로써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또는 시진핑-리커창(習李) 권력 암투설을 의도적으로 잠재우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묘지에서 지난 2일 열린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참석했다. 중국 국가 지도자의 공식 참배 현장에 펑리위안 여사가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CC-TV 캡처

중국 베이징 바바오산 혁명묘지에서 지난 2일 열린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의 영결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참석했다. 중국 국가 지도자의 공식 참배 현장에 펑리위안 여사가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CC-TV 캡처

물론 이런 주장들은 팩트도 잘못돼 신뢰가 떨어진다. 선이친 국무위원은 정치국 위원이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위원이고, 현재 20기 중앙정치국에는 여성위원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아직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루머가 계속 나오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시진핑의 후계 구도가 아직 불투명한 데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의 전철을 밟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시 주석은 이미 집권 3기에 들어섰지만, 그 뒤를 이을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중국 정계는 장쩌민의 상하이방과 후진타오(胡錦濤)의 공청단파가 모두 무너져 시진핑 파벌인 시자쥔(習家軍) 천하가 됐다. 우궈광(吳國光)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센터 연구학자는 앞으로 시진핑의 후계 구도를 놓고 시자쥔 내 9개 분파가 서로 경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궈광은 펑 여사와 각별한 관계가 있는 인리(尹力) 정치국 위원과 마싱루이(马兴瑞)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당서기도 그중 한 세력으로 꼽는다. (『시진핑 탐구』, 유상철 지음)

2019년 7월 29일 리펑 전 총리(위)와 2022년 12월 5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아래)의 영결식에서 참배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CC-TV 캡처

2019년 7월 29일 리펑 전 총리(위)와 2022년 12월 5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아래)의 영결식에서 참배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CC-TV 캡처

『시진핑 탐구』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공적으로는 류사오치(劉少奇), 린뱌오(林彪), 왕훙원(王洪文), 덩샤오핑(鄧小平), 화궈펑(華國鋒) 등을 후계자로 선발했다. 사적으로는 아들 마오안잉(毛岸英), 딸 리너(李訥), 조카 마오안신(毛岸新), 부인 장칭(江青)을 내세웠다. 하지만 마오는 결국 만년에 이르러 부인 장칭(江青)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했으나 덩샤오핑의 반대에 부닥치자 화궈펑을 택하기에 이른다. 시진핑은 사실상 후계 없는 1인 체제를 유지하며 마오의 행적을 따라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마오가 그랬듯이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말처럼 시 주석이 부인 펑 여사를 후계자로 지정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펑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서열과 역대 국가 지도자 영결식 조문 순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서열과 역대 국가 지도자 영결식 조문 순서.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중국은 공개적이고 중대한 행사에서 당과 국가 지도자의 등장 순서와 의례를 매우 중요시해 왔다. 역대 중국 최고 지도자의 장례식에서 조문한 순서를 보면 당시 권력 서열과 거의 일치한다. 이런 관례를 깨고 펑 여사가 시진핑 주석 다음으로, 그리고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 6인보다 먼저 리커창 총리를 참배했기 때문에 온갖 추측이 야기된 것이다. 과거 펑 여사는 시 주석과 함께 공항에서 유해를 영접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조문 장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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