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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애플 잡아라…삼성·구글·퀄컴 'XR동맹' 내년 3만대 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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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장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맨왼쪽)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갤럭시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이 행사에서 애플에 맞서 차세대 확장현실(XR) 협력을 선언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머소닉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장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맨왼쪽)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이 갤럭시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은 이 행사에서 애플에 맞서 차세대 확장현실(XR) 협력을 선언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의 ‘확장현실(XR) 동맹’이 내년 말 첫 출격한다. 이에 따라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XR 기기 시장에서 애플 ‘비전프로’,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퀘스트’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첫 XR 기기(프로젝트명 ‘무한’)의 생산 시점을 내년 12월로 확정했다. 초도 생산 물량(출하량)은 3만 대로 잡았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XR 스크린 기술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이 구체화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 때 XR 기기를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실제로 삼성전자는 XR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인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에 대한 특허 사용권을 삼성디스플레이에 제공한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한 바 있다. 올레도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유리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붙이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XR, 디지털 헬스, 디지털 월렛 등에 대한 선행 연구개발과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XR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 기술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최근엔 시장이 살아나는 모양새다. 메타(페이스북)가 지난달 최저가 499달러(약 65만원)의 ‘메타 퀘스트3’를 출시했다. 애플도 내년 초 비전프로 출시에 이어 추가적으로 보급형 제품(1500~2500달러, 약 200만~330만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단순한 XR 헤드셋이 아닌 ‘착용형 공간 컴퓨터’로 확장해 차세대 폼팩터로 키운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XR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2026년 1515억8000만 달러(약 198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메타가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확장현실(XR) 디바이스 '퀘스트3'. AP=연합뉴스

메타가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확장현실(XR) 디바이스 '퀘스트3'. AP=연합뉴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삼성전자가 XR 기기의 초도 물량을 3만 대로 잡은 건 제품에 대한 반응과 업황을 지켜보면서 향후 생산·마케팅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첫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공개 당시에도 초도 물량을 2만~3만 대로 잡은 뒤 점차 확대해 나갔다.

삼성이 XR 시장에 대한 도전을 구체화한 건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S23 언팩에서 구글·퀄컴과 파트너십 체결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퀄컴·구글과 차세대 XR 생태계를 구축해 모바일의 미래를 다시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 회사가 손을 잡고 ‘반(反)애플 동맹’을 띄운 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디바이스 제조를, 퀄컴이 반도체·칩셋 설계를, 구글이 OS와 소프트웨어(SW) 개발을 각각 맡으면서 역할 분담이 가능해서다. 삼성으로선 고성능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신규 수주 확보가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기어 VR’(2014년), ‘오디세이 플러스’(2018년) 등의 XR 기기를 출시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단종시킨 바 있다. 특히 애플의 비전프로에 맞서 자체적으로 XR 기기를 준비해왔지만, 제품 완성도 등의 문제로 출시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콘텐트 경쟁력이 승부처라고 분석한다. 김상균 경희대 교수는 “스마트폰 시대에 갤럭시와 아이폰의 성패를 가른 건 플랫폼과 콘텐트 유통이었다”며 “XR 기기도 고객경험을 좌우하는 건 콘텐트다. SW와 미디어 경쟁력을 키우는 게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영상으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영상으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AI 포럼’ 열려…경계현 “깊은 연구 필요” 

◆수원서 AI 포럼=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초거대 인공지능(AI)’을 주제로 ‘삼성 AI 포럼 2023’을 열었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포럼엔 1000여 명의 석학과 전문가가 참석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미래 혁신 전략을 모색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생성형 AI 기술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수단으로 급부상하며 기술의 안전과 신뢰, 지속가능성에 대한 더 심도 깊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의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만의 실리콘을 소유하라’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서, 차세대 반도체 설계 혁신을 통한 AI 기술 한계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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