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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못 믿냐" UAE에 따졌다…이스라엘 제친 '천궁Ⅱ'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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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K-방산 잇단 대박 전말

진격의 K방산

지난달 ‘한·사우디 공동성명’이 채택됐습니다. 양국이 방위산업을 포함해 전방위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에 ‘미스터 에브리싱’이 사인했죠. 중동의 맹주가 K방산에 꽂혔습니다. 이슬람권 매체에선 사우디가 이웃 UAE를 따라 ‘천궁Ⅱ’ 구매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죠. 복잡한 국제 정치지형을 뚫고 중동의 하늘을 지키게 된 K방산의 기술력과 외교력을 짚어봅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리야드 영빈관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환담을 앞두고 반갑게 인사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리야드 영빈관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 환담을 앞두고 반갑게 인사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진격의 K방산’이 또 대박을 터뜨릴 기세다. 지난해 폴란드에서 대규모 계약을 따낸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큰 건’을 앞두고 있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를 국빈 순방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전방위 협력 강화를 밝혔다. 전방위 협력 분야엔 방위산업도 들어가 있다. 이와 관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우디에 대한 방산 수출 규모에 대해 “규모가 대단히 크다”고 밝혔다.

이후 군사 전문 매체인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지난달 27일 사우디가 ‘코리안 패트리엇(Korean Patriot)’의 구매를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사우디가 관심을 가진 한국 무기체계 중 LIG넥스원의 천궁Ⅱ(일명 ‘한국판 패트리엇’) 방공체계가 있다며, 사우디가 영공을 보호하기 위해 이웃인 아랍에미리트(UAE)를 따라 이 방공체계(천궁Ⅱ)를 살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동안 사우디는 오일 달러로 전 세계에서 첨단 무기를 사들였다. 미국의 패트리엇은 사우디의 구매 목록에 있고, 가장 비싼 방공체계인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도 7개 포대를 계약했다. 문제는 미국의 방공체계가 석유 부국인 사우디도 부담을 느낄 정도로 비싸다는 점이다. 패트리엇은 1개 포대당 7000억원이 넘는다. 더군다나 사우디 뜻대로 굴릴 수도 없다. 사우디는 패트리엇의 제조사인 RTX(옛 레이시온)에 운용까지 맡기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값싸고 질 좋은 방공체계를 만드는 나라를 찾았고,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점찍었다. 최현호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는 “미국은 납기가 느린 데다 종종 미 의회의 승인도 걸림돌이다. 사우디는 성능·납기가 우수한 한국 방공체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궁Ⅱ(한국판 패트리엇) 미사일은 발사 후 측추력기로 방향을 바꿔 적의 탄도미사일 탄두에 바로 부딪쳐 파괴한다. 사진 방위사업청

천궁Ⅱ(한국판 패트리엇) 미사일은 발사 후 측추력기로 방향을 바꿔 적의 탄도미사일 탄두에 바로 부딪쳐 파괴한다. 사진 방위사업청

앞서 한국의 LIG넥스원·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UAE의 타와준 경제위원회는 지난해 1월 35억 달러(약 4조7500억원) 규모의 천궁Ⅱ 계약에 서명했다. 타와준 경제위원회는 UAE 국방부 조달계약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UAE가 천궁Ⅱ를 고른 것은 의미가 크다. UAE의 방공체계는 미국의 사드와 패트리엇이다. 하지만 2015년 9월 이른바 마리브 공습 이후 UAE는 방공체계의 대안을 찾게 된다. 당시 예멘 내전에 끼어든 UAE는 마리브 지역에 사우디·바레인 등과 주둔하고 있었다. 이 연합군 기지에 후티 반군이 러시아제 OTR-21 토치카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쐈다. 이 공격으로 UAE군 52명, 사우디군 10명, 바레인군 5명이 전사했다. UAE 창군 이래 가장 많은 인명 손실을 기록한 날이었다. 미사일 공격 당시 마리브 주변에 연합군은 패트리엇을 배치했다. 그러나 과열 때문에 패트리엇 레이더를 24시간 가동할 수 없었고, 레이더 전원을 꺼뒀을 때 후티 반군의 미사일이 날아왔다. 연합군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다.

이후 UAE는 새 방공체계를 물색했다. 한국은 천궁을 24시간 한눈도 팔지 않는 방공체계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UAE에 강조했다. 협상은 물 흐르듯 잘 굴러갔다. 2020년 9월 15일까지 말이다. 이날 미국의 중재로 UAE와 이스라엘이 수교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됐다. 직후 UAE는 이스라엘에 대한 선물로 이스라엘제 방공체계 구매를 검토했다. 한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UAE에 강하게 따져들었다. “막 수교한 이스라엘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한국 중 어느 나라를 더 믿을 수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고심한 UAE는 한국의 천궁을 최종 낙점했다. UAE는 이미 한국서 들여와 실전 배치한 천궁Ⅱ를 현지서 시험발사했는데, 천궁Ⅱ가 목표 탄도미사일을 정확히 직격해 완전파괴했다. 정치적 고려를 빼고 순수히 군사적 관점으로만 고른 천궁Ⅱ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는 지난 3월 말레이시아 공군이 중거리 방공 시스템으로 천궁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늘이 내린 활’ 천궁이 K방산 수출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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