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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된 ‘경남도청 귀환’ 기념식수 잘라버린 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1983년 7월 1일 ‘재부경남시군 향우회장단’은 현재 경남도청 운동장(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한쪽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높이 12m·흉고 둘레 1m의 아름드리 느티나무였다. 도청사가 58년 만에 부산에서 경남(창원)으로 돌아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나무 아래에 “開廳紀念植樹(개청기념식수)”라고 새긴 표지석도 남겼다. 원래 경남(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은 앞서 1925년 4월 1일 조선총독부가 ‘시정상(施政上) 편의’를 위해 철도가 지나는 지점(부산)으로 이전하기로 결정, 옮겨졌었다.

이 느티나무는 당시 경남도민 숙원인 ‘도청사 귀환’을 환영하는 각계각층 인사가 심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일명 ‘도청 이전 기념식수’ 50여 그루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이 나무가 갑자기 사라졌다. 표지석도 “행방불명” 상태다. 경남도의회가 의회 청사 증축공사를 하면서 이 나무를 벌목, 폐기 처분한 것이다. 경남도청 이전 40주년인 올해 벌어진 일이다.

의회 사무처는 내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기존 의회 건물 뒤쪽 도청 운동장 부지에 증축 청사 1동을 짓고 있다. 청사는 연면적 3570㎡로, 사업비는 191억원이 들어간다. 그런데 사무처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공사 부지를 정비하면서 나무 110그루를 잘랐다. 이 중 향우회장단이 심은 ‘도청 이전 기념식수’도 포함됐다. 표지석도 함께 버려졌다.

사무처는 경제성 등을 이유로 벌목했다고 했다. 과도한 이식(移植)비로 사업비가 예산을 초과하면, 공사가 지연될 수 있단 설명이다. 중앙투자재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야 해서다. 경남도는 해당 수목들이 도 재산이지만 2021년 10월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에 따라 부지 등의 재산관리책임이 의회에 넘어가 사업에 관여할 수는 없단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의회는 사라진 기념 식수와 표지석을 대신할 나무와 표지석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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