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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균에 점령당한 지구...김초엽이 그리는 디스토피아 SF

중앙일보

입력

지구는 광증을 퍼트리는 곰팡이에 점령당했다. 인간들은 습하고 어두운 지하 도시로 쫓겨나 쓰레기 죽을 먹으며 살아간다. '파견자'는 지상으로 올라가 지구를 탐사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특별한 이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신작 소설 '파견자들'을 출간한 김초엽 작가가 1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신작 소설 '파견자들'을 출간한 김초엽 작가가 1일 서울 중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MZ 세대가 사랑하는 소설가, 김초엽(30)의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퍼블리온)이 지난달 13일 나왔다. 정체불명의 곰팡이가 지구를 집어삼킨 뒤 지하 세계에서 숨어 사는 인간들을 그린 디스토피아 SF소설이다. 'SF스타'라는 수식어를 증명하듯 지난달 29일 예스24 독점 판매가 끝난 직후 국내 주요 대형 서점 소설 부문 판매량 톱5에 이름을 올렸다. 김초엽을 서울 중구의 한 사무실에서 지난 1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작보다 역동적인 분위기다.
이번 작품은 좀 더 대중적으로 읽히길 바랐다. 전작은 정적인 가운데 감정이 일렁이는 작품이었다면, 이번에는 파견자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매력을 발산하길 원했다.
분위기를 바꾸는 게 힘들진 않았나.
회사원처럼 매일 공유 오피스로 출근해 소설 작법서를 읽었다. 늘어지는 장면들을 쳐내고 인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고안했다. 예전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덜 학구적이고 더 대중적이다. 
김초엽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 표지. 사진 퍼블리온

김초엽 두 번째 장편 『파견자들』 표지. 사진 퍼블리온

곰팡이로 뒤덮인 지구는 어떻게 나온 발상인가.
첫 시작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이었다. 버섯은 곰팡이의 일종인데, 음식 재료로 쓰이는 것 외에도 생태계에 여러 이로운 역할을 한다. 과학책『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를 읽으면서 도움도 받았다. 곰팡이가 태초의 지구를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꾸준히 해왔던 이야기다. 『지구 끝의 온실』이 덩굴식물의 힘에 관한 이야기라면, 『파견자들』은 곰팡이의 힘에 관한 얘기랄까.
명문대 출신 인기 많은 젊은 작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고방식 같다.
겉으로만 보면 굴곡 없이 잘 풀린 케이스로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빈곤을 경험했고 장애가 있다. (김초엽은 10대에 3급 청각 장애 판정을 받았다) 내 작품이 잘 되더라도 항상 거리를 두고 보려고 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에도 그런 성향이 드러나지 않나 싶다.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낙관주의자인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기어이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뭘까' 늘 궁금했다.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면과 본래의 냉소적인 면이 섞여 희망을 한 스푼 넣은 디스토피아 소설이 나오는 것 같다.
SF소설이 지금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SF를 읽고 해석하는 문화적 역량이 축적됐다고 본다. 해외 SF 영화가 국내에서 여러 차례 흥행했고, 그러다 보니 한국 독자들에게 좋은 SF를 골라내는 감식안이 생긴 것 같다. 이런 사정들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으면 내 소설도 읽히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 SF만의 특징이 있다면.
해외 SF 소설과 비교해, 좀 더 현실 밀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은유적이거나, 멀리 가는 이야기보다 현실과 가상의 비중을 50대 50 정도로 가져가는 소설이 더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한국인 중 현실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닐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공존은 어렵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생각을 독자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내가 던진 질문을 같이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곰팡이 세상에 푹 빠져서 읽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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