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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보다 싼데, 살 사람이 없다…아파트 경매시장 부는 한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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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아파트 단지. 뉴스1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2차’ 전용면적 84㎡가 감정가(16억9000만원)보다 20% 깎인 13억5200만원에 입찰이 진행됐으나 유찰됐다. 같은 달 14억4300만원에 팔린 주택형인데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경매를 참관한 김모(41)씨는 “시세보다 싼 데 응찰자가 한 명도 없어 놀랐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열리는 3차 경매는 최저 입찰가 10억8160만원에 진행된다.

활기를 띠던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에 다시 한파가 불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고금리 여파로 이자 부담이 커지자, 경매를 통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줄고 매각 물건도 쌓이는 추세다.

7일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38건으로, 2016년 5월(291건)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6.5%로 전달(31.5%)보다 5%포인트 하락, 지난 6월(28.3%) 이후 4개월 만에 20%대로 내려앉았다. 매각 물건은 늘고 있지만, 주인을 찾는 물건은 저조한 셈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신규 아파트 경매가 늘었고 선호도 낮은 단지들이 거듭 유찰된 것이 진행 건수 증가와 낙찰률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유찰된 물건 중에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도 적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경매의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6.6명)보다 줄어든 5.8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낙찰가율은 지난 9월(85.2%)보다 1.5%포인트 상승한 86.7%를 기록했다.

이처럼 낙찰률이 내려간 데 반해 낙찰가율이 오른 것은 ‘옥석 가리기’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체적인 경매시장 분위기는 꺾였지만, 선호도가 높은 물건에는 여전히 수요자가 몰린다는 의미다. 실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미성아파트 전용 93㎡는 지난달 17일 경매에서 26명이 몰려 감정가(18억1000만원)보다 높은 18억4999만원에 낙찰됐고, 여의도 수정아파트 전용 151㎡도 4명이 응찰한 끝에 26억6700만원(감정가 25억원)에 낙찰됐다. 이들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물건이지만, 경매로 낙찰받아 실거주 의무가 없다.

이 연구원은 “최근 분양가 상승으로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거나, 여의도·압구정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재건축 단지로 응찰자가 몰려 전체 낙찰가율이 높아졌다”며 “다만 금리나 대출 규제 수준을 고려할 때 당분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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