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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크더니 무섭게 자른다…'중국판 테슬라' 2700명 해고,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승승장구 중이지만 물밑은 요동치고 있다. 무섭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계 얘기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며 중국에서는 강자 위주의 업계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니오가 선보인 최신 전기차 ES6. A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니오가 선보인 최신 전기차 ES6. 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던 전기차 업체 웨이라이(蔚來·니오)가 최근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윌리엄 리 니오 최고경영자(CEO)는 내부 서한에서 “앞으로 2년간 자동차 산업은 치열한 경쟁을 겪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비용을 줄이고 자원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감원 이유를 밝혔다. 이달 중 인력 조정을 마무리하고 기술 투자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총 직원 2만7000여 명 중 10%에 해당하는 2700명가량이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니오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가격 경쟁이 심해진 데다 경기 둔화로 ‘프리미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니오는 가성비를 앞세우는 대부분 중국 업체와 달리 ‘프리미엄’에 집중해 직격탄을 맞았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SCMP는 “니오의 지난 2분기 순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8% 늘어난 61억 위안(약 1조870억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3분기에는 성장세를 회복했지만, 1~10월 누적 판매량이 12만6000여 대에 불과해 올해 판매 목표(25만 대)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위기감에 “살아남기 위한 길”(SCMP)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흔들리는 곳은 니오뿐 아니다. 한때 바이두와 상하이자동차(上汽集团·SAIC)로부터 6조원 넘는 투자를 유치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던 웨이마자동차(WM모터)는 지난달 9일 파산 신청을 했다. 가격·기술 경쟁에서 밀려 지난 3년간 누적 손실이 3조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싱귤라토모터스, 레브데오 역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몇 달씩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한 아이웨이즈는 얼마 전 공장을 멈춰 세웠다. 톈지자동차처럼 일부 사업을 중단한 업체도 있다.

미·유럽도 견제 “2030년 10개 업체만 생존”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모빌리티쇼'에서 BYD가 내놓은 아토3. AP=연합뉴스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 모빌리티쇼'에서 BYD가 내놓은 아토3. AP=연합뉴스

이런 추세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탓이 크다. 여전히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 그 기세가 예전만 못해서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전망치를 애초 1430만 대에서 1377만 대로 낮췄다.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과 같은 주요 업체들이 생산량 목표를 감축하고, 공장 가동을 미루거나 신설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몸을 사리는 것만 봐도 ‘확 바뀐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픽 참조〉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게다가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중국을 옥죄고 있는 데 이어 최근 들어선 유럽의 견제도 심해졌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2월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기차 등 역내 산업을 키우기 위한 ‘핵심원자재법’ 최종 협상을 앞두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 대신 수출에 집중해왔던 중국 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피튀기는 가격 경쟁이 벌어지니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 전기차 업계 전체가 흔들린다고는 할 수 없다. 근래 도태된 업체들은 니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이다. BYD·상하이자동차·지리자동차 등 선두 업체들은 지난 1~7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으로 각각 1·3·5위를 기록(SNE리서치)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BYD는 지난주 헝가리에 자사의 첫 유럽 전기차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하는 등 공격적으로 세를 불리는 중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는 강한 업체만 살아남으며 통폐합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쏟아진다. FT는 “2030년께 10~12개의 업체만 대규모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업체로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곳은 수백 곳, 실제 차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약 5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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