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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편입론은 포퓰리즘" 여당 유정복은 왜 여당을 때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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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6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6일 여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김포시의 서울 편입론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 없는 정치공학적 포퓰리즘. 실현 불가능한 허상이자 국민 혼란만 일으키는 정치 쇼”라고 비판했다. 유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선거를 5개월 앞두고 ‘아니면 말고’ 식 이슈화는 국민 혼란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지자체 협의도 없었고, 수도방위나 재정지원 측면도 검토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시장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짚었다. 현행 지방자치법 체계에서 서울시의회·경기도의회 동의를 얻는 방식은 반대가 많아 통과가 어렵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도 여당 의석이 소수여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방시대 추진에 역행하는 ‘서울공화국’이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와 사전 논의가 있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없다”고 짧게 답했다.

 집권여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여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이날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추진하는 국민의힘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위원장 조경태)가 출범하고 편입론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의 만남도 예고돼 있었다.

사실상 여당의 ‘뉴시티’ 드라이브 한 가운데서 반대 목소리를 낸 만큼, 유 시장의 이날 작심 회견의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인천시 등에선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가져올 나비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평행선 달리는 매립지 논의에 영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인천시 입장에서는 수도권매립지 이슈가 민감한 뇌관이다. 1992년 조성된 수도권매립지는 당초 2016년까지 1∼4 매립장에서 매립을 종료할 방침이었지만, 대체 매립지를 찾지 못해 2025년까지 한 차례 사용 기간이 연장됐다. 쓰레기 매립 가용지가 없는 서울시는 사용 기간 추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인천시는 “30년 넘게 서울·경기 쓰레기까지 처리하면서 피해를 봤다”며 사용 기간 추가연장에 결사반대 중이다. 이에 2015년부터 서울·인천·경기·환경부 등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이지만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김병수 김포시장이 지난달 13일 한 언론에 “(서울 편입시) 제4매립장이 김포 땅이어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게 논란이 됐다. 매립장 사용기간 추가 연장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돼서다. 인천시 관계자는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돼 4매립장을 쓴다면 2015년 매립지 4자 협의체 최종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다. 추후 4자 협의체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경기 김포시 사우역 인근 도로에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포원도시총연합회는 김포 지역 50곳에 '지하철 5호선 노선'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며 대도시권역광역교통위원회의 직권 중재안 확정을 요구했다. 뉴스1

지난 8월 경기 김포시 사우역 인근 도로에 지하철 5호선 연장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포원도시총연합회는 김포 지역 50곳에 '지하철 5호선 노선'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며 대도시권역광역교통위원회의 직권 중재안 확정을 요구했다. 뉴스1

 인천과 김포의 이해관계가 엇갈린 수도권 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사업도 난제다. 5호선 연장 사업은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됐지만, 정차역을 둘러싼 인천·김포간 입장 차로 노선 확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가 노선조정위원회를 꾸린 가운데 서울 편입론이 노선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인천시는 우려하고 있다. “김포가 서울로 가면 김포 측 노선안에 힘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인천시 관계자)는 이유다.

김포시는 인천 서구 지역 2개 정거장을 지나는 노선을, 인천시는 서구 4개 정거장 노선을 제시했다.연합뉴스

김포시는 인천 서구 지역 2개 정거장을 지나는 노선을, 인천시는 서구 4개 정거장 노선을 제시했다.연합뉴스

이밖에 김포의 서울 편입이 신산업 유치 등에서 인천시에 장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거란 예측도 있다. 김포 고촌읍 등이 산업단지가 운집한 서울 마곡지구와 인접해있어서다. 인천시 관계자는 “김포가 서울로 편입돼 서울시가 김포시 내 대규모 산업용지 등을 활용하게 되면 투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서울시가 자체 자금력으로 기반시설을 정비하면 인천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는 “옳은 말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유 시장의 이날 회견을 감쌌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2024년 경기도 본예산안 브리핑에서 “여당의 서울 확장 주장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무책임한 선거용 정치쇼를 중단해달라”며 “과도한 서울 집중을 막고 지방 소멸을 방지하려는 근본 가치가 여당의 총선 전략에 따라서 훼손되는 것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김동연 경기지사는 16일 서울에서 만나 ‘김포의 서울 편입론’ 등 수도권 공동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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