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패널이 소리내다

가치외교로 실리를 얻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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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격화로 가치외교와 실리외교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미중 갈등 격화로 가치외교와 실리외교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10월 18일 〈홍태화가 소리내다〉에서 국제 관계를 연구하는 필자는 가치외교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수호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치 외교를 따르는 것이 실리도 지켜내는 길이라며 현재 미국으로 대변되는 국제적 가치를 따를 것을 주장했다. 〈소리내다〉 대학생 패널은 가치외교를 통해 실리를 추구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내비쳤다.

“가치외교가 결국 실리를 가져온다”

▶최하언= 가치를 좇는 외교는 실리를 가져올 수 있지만, 실리를 쫓는 외교는 가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치외교를 통한 실리추구가 중요하다. 10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 24억 달러 수주 등의 성과를 내며 올해에만 사우디에서 총 86억 달러의 해외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사우디와의 외교 성과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가치 외교를 지향하면서도 우리가 얻어야 할 실리를 얻어낸 것이다.
▶허세영= 민주주의, 국제법에 따른 국제관계, 주권평등, 인권 등 보편 가치를 내세우는 게 가치외교이다. 가치외교가 한국에 중요한 이유는 첫 번째로, 보편가치는 중견국인 한국에 활동 공간과 국익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편가치에 바탕을 둔 가치외교를 해야만 활동 공간을 넓히고,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보편가치와 국제법은 그것을 주창하는 강대국도 구속한다. 강대국을 횡포를 못 부리게 구속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에게 실익이다. 가치와 실리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그것은 흑백논리다. 외교는 흑백논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치외교 이전에 국익 먼저 추구해야”

▶경어진=오늘날의 외교정책을 ‘가치외교’와 ‘실리외교’라는 이분법적 관점으로만 구분하기는 어렵다. 유교적 의리와 가치를 위해 명을 도울 것이냐, 현실적 이익과 충돌 방지를 위해 후금과 함께할 것이냐로 싸우던 때는 한참 전에 지났다. 결국, 외교는 한 가지 ‘관점’보다는 어떤 순간에도 자국민을 보호하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으로 추구하는 것이 그 목적이어야 한다.
▶박주하=외교적 전략을 ‘가치’와 ‘실리’의 관점으로 나눌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실리외교에는 단지 국제적 실리만 포함되지 않는다. ‘경제적 실리’가 가장 큰 문제다.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력도 없다. 한국의 경제성장 엔진은 수출이지만, 현재 12개월간 유례 없는 수출 침체를 겪으며 경제 침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처럼 가치외교를 ‘선택’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과거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 그리고 이에 따른 국력 향상 덕분이다. 가치외교라며 경제적 실리라는 근본적 국력을 포기한다면, 선택 가능한 외교적 전략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신우석=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국익을 얻을 수 있다면 가치 외교를 지향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향적인 가치외교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한-미-일의 안보 협력 체계,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는 바람직하게 외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수출 중심의 대한민국에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북한에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러시아는 분명 가치 외교만 중시했을 때 우리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국가이다. 국익과 실리를 챙기되 균형적인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
▶김채현=필자의 주장은 타당하나 개인적으로 가치외교를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국민이 ‘3고(고물가·고환율·고유가)악재’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적어도 가치보다는 실리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치외교, 미래를 알 수 없는 위험한 선택”

▶박종혁= ‘가치’는 미국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명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미중 갈등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은 가치 외교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국제사회에서 그를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오르고 세계 경제가 휘청이자 미국은 사우디에 손을 내밀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이야기하는 가치 외교의 현실이다.
▶한지유= 과연 “중국과의 불필요한 충돌은 자제”하고 “당당하면서도 허심탄회한 외교”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일본에 이어 한국마저 전적으로 미국 편에 선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가치 전선은 강화되고,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은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이는 국제평화와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에 반할 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파국을 부추기는 꼴이다. 그간 우리가 지향해왔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양자택일이라는 선택을 회피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동북아시아 평화를 추구할 수 있었던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치외교의 맹종은 그나마 평화로웠던 시기를 파탄 낼 길임이 분명하다.
▶김예린= 가치외교는 결과적으로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를 배제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사실 가치외교에 포섭된 국가들은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대결에서 한 편에 선 국가들 아닌가. 물론 권위주의 국가 내부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가치외교가 ‘가치의 진영화’를 초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정예진= 칼럼에서 말하고 있는 ‘가치’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지 혹은 특정 누군가를 위한 이익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세계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그 소프트파워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치가 우리의 실리와 부합하는 사례는 점점 적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국제 사회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이 가치외교를 지향하는 것은 시대에 동떨어진 흐름일 수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정리=심하윤·김서정 인턴기자 th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