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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도쿄 플랜, 그리고 미래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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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현예 기자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김현예 도쿄 특파원

김현예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의 앞바다 역할을 하는 도쿄만. 이 도쿄 앞바다를 흙으로 메워 새 수도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네오 도쿄 플랜’이다.

때는 바야흐로 1959년. 고도성장기로 도쿄에 사람이 몰려들었다. 1945년만 해도 349만 명이었던 도쿄도 인구는 실제 1960년엔 1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출퇴근 지옥에 좁아터진 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건 산업계획회의란 민간 싱크탱크. 일본에서 ‘전력왕’으로 불리던 기업인 마쓰나가 야스자에몬(松永安左エ門)이 전후 일본의 재건을 위해 1956년에 만든 곳이었다. 내로라하는 정·재계, 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무려 16개 보고서를 정부에 건넸는데, 권고안 상당수가 실현됐다고 한다. 이 중 8번째로 올라간 것이 네오 도쿄. 당시 이 계획을 정리한 카노 히사아키라(加納久朗)는 새 수도 이름으로 ‘야마토’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에 내걸린 김포 서울 편입 현수막. [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에 내걸린 김포 서울 편입 현수막. [연합뉴스]

새 도쿄 구상은 이랬다. ‘3억 평 넓이의 도쿄만 중 2억 평을 주걱 모양으로 매립하자. 주택과 공장을 짓고 공항, 무역센터, 관공서와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들자.’ 매립에만 걸리는 시간은 약 15년. 면적이 현재 도쿄 23개 구보다 넓었던 탓이다. 매립에 필요한 흙을 공수하는 것도 고민이었는데, 카노는 지하 핵폭발을 일으키는 형태로 산을 무너뜨리자는 아이디어까지 냈다. 카노는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꼭 필요한 계획”이라고 했지만, 결국 70년대 오일쇼크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계획은 수포가 됐다.

64년 뒤인 지금, 일본은 수도 도쿄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2040년 도쿄를 목표로 한다는 도쿄도 보고서는 ‘2025년 1398만 명을 피크로 도쿄 인구는 2040년엔 1346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2040년엔 도쿄에 사는 시민 셋 중 한 명이 고령자다’로 시작된다. 고령사회, 그리고 자율주행이나 AI(인공지능) 같은 기술 변화에 맞춰 세계 1위 도시로 만들겠다는 보고서엔 이런 문구도 담겨있다. ‘도쿄권역 전체로 수도 기능을 담당하는 다기능집약형 도시구조의 구축.’ 사회 변화에 맞춰 도쿄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도쿄를 에워싼 인근의 치바현·가나가와현까지 묶는 인구 3300만 명이 사는 커다란 수도(megalopolis)의 그림을 그리겠단 얘기다.

여당이 내건 ‘김포 서울 편입’ 화두가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자고 나온 얘기인데, 아리송해진다. 정작 ‘어떤 미래 수도를 만들겠다’는 그림이 빠졌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둔 셈법이 아니라면 미래 서울에 대한 진득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