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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서 IT 기업으로 변신 중…사람보다 5배 빠른 속도로 재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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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한세실업의 베트남 TG법인 공장에 구축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햄스’. 작업 공간을 따라 스마트행거가 설치돼 있다. 황지영기자

한세실업의 베트남 TG법인 공장에 구축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햄스’. 작업 공간을 따라 스마트행거가 설치돼 있다. 황지영기자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 외곽에 있는 한세실업 TG법인. QR코드로 이어진 길을 따라 팰릿 모양의 로봇이 분주하게 옷감을 배달 중이었다. 원단이 옮겨지자 컴퓨터는 곧바로 재단을 시작한다. 옷을 이어 꿰매는 과정은 30초도 안 돼 뚝딱 끝냈다. 폴딩(옷을 개는 공정)과 패키징(포장) 역시 사람이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다. 세심한 부속 달기 몇 개만 수작업으로 한다. 이렇게 이곳에선 최대 하루 60만 장, 한 달 1500만 장의 옷을 만들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햄스’(HANSAE Advanced Management System)를 도입한 효과다. 이 회사 김신일 수석은 “과거엔 원단 운반에만 작업자 5명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로봇 관리자 한 명과 두 대의 로봇이면 충분하다. 포켓 같은 세밀 부속 공정도 컴퓨터가 사람보다 2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세실업은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어치의 의류를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했다. 이 회사 의류 생산량의 62%가량이 베트남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한세실업은 주문자상표부착(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의류를 만드는 패션 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로 H&M, 갭, 아메리칸이글 등이 있다. 미국 유통업체인 월마트, 타겟의 자체상표(PB) 상품도 만든다.

라인별 실시간 목표 생산량 도달률과 불량률을 보여주는 모니터도 달려 있다. 이곳에선 최대 하루 60만 장, 한 달 1500만 장의 옷을 만든다. 황지영기자

라인별 실시간 목표 생산량 도달률과 불량률을 보여주는 모니터도 달려 있다. 이곳에선 최대 하루 60만 장, 한 달 1500만 장의 옷을 만든다. 황지영기자

1982년 창업한 한세는 이처럼 의류 기업에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모든 제조 공정에 표준화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2025년 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과테말라 신공장에 기대가 크다. 화학섬유·합성섬유 원단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미국은 원사와 원단에 대해 원산지 증빙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중남미에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날 수 있다”며 “투자 규모를 1억~3억 달러 사이에서 유연하게 잡고 있다”고 말했다. 중미는 미주 시장 접근성이 좋고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 니어쇼어링(소비시장 인접 국가로 생산기지 이전) 인프라 강화 등이 기대되는 곳이다.

한세실업이 속한 한세예스24그룹엔 패션 사업을 하는 한세엠케이, 출판·문화 콘텐트 부문의 예스24와 동아출판 등이 있다. 한세실업이 그룹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0.2% 줄어든 1조7600억원으로 예상된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미국·유럽 등에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여파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내년엔 다시 3조원대 매출을 회복하겠다”고 자신했다. 김 부회장은 “소매 시장에서 SPA(제조·유통·판매 일괄) 브랜드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의류 소비가 늘어나는 턴어라운드 국면”이라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꾸준한 성장과 이익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근엔 뉴스 전문채널 YTN 인수에 도전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콘텐트 산업에 대한 관심은 이어갈 방침이다. 김석환 부회장은 “콘텐트 딜리버리(유통) 사업을 확장하는 부분으로 미디어 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뉴스 플랫폼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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