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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방북취재 1세대 언론인…‘장성택 숙청’ 예견 소설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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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노태우 정부 때 정무장관을 지낸 김동익 전 중앙일보 사장은 기자 시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직필로 명성을 떨쳤다. [중앙포토]

노태우 정부 때 정무장관을 지낸 김동익 전 중앙일보 사장은 기자 시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직필로 명성을 떨쳤다. [중앙포토]

정무장관을 지낸 김동익 전 중앙일보 사장이 1일 오후 11시 숙환으로 별세했다. 90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정치부 기자로 필명을 떨쳤다. 언론계 은퇴 후에도 논픽션부터 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저술 활동을 했다. 2013년 북한을 소재로 펴낸 소설 『서른 살 공화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부인 장성택의 숙청을 예견해 화제가 됐다. 방북 취재 1세대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며, 탈북자와 외교·안보 관계자를 두루 취재한 결과물이다.

기자 시절 고인은 취재력과 필력, 균형 감각을 두루 인정받았다. 박정희 정부 때 정무수석을 지낸 류혁인(1934~1999) 전 공보처 장관 등을 포함해 정치계 인맥이 두터웠다. 그러나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직필을 철학으로 삼았다. 고인은 중앙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삼성그룹 비서실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88년 중앙일보로 복귀해 주필과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말기 중립 내각을 구성했던 92~93년엔 정무장관으로 등용됐다. 2005~2009년엔 용인송담대학 총장을 지냈다.

고인이 중앙일보 사장이었을 때 편집국장이었던 성병욱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은 2일 통화에서 “후배 기자들보다 정보도 빠르고 필력도 좋아 배울 게 많은 선배였다”며 “정치 기사를 쓰면서도 균형 감각을 잘 잡는 걸 중시하던 기자의 모범이었다”고 말했다. 고인이 정치부장 시절 기자였던 한남규 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학장은 “실력도 본받을 점이 많았지만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인맥의 폭이 넓어 인간적으로도 본받을 게 많았다”며 “마감에 쫓기면서도 방북 취재 경험을 유려하게 써내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고인은 다수의 저서와 역서를 출간했다. 87년 『정오의 기자』를 필두로 97년엔 언론계의 역사를 기록한 『권력과 저널리즘』을 썼고, 『대통령과 미디어』를 번역 출판했다. 2006년엔 저술의 지평을 넓혀 『20년 후에 보아라: 어린 손녀에게 남기는 세상 이야기』에 이어 『태평양의 바람』(2010), 『안단테 안단테』(2011), 『어느 날 갑자기』(2014) 등 소설을 출간했다. 용인송담대 총장 재직 때인 2009년엔 ‘대학 개혁’을 다룬 『대학교수 그 허상과 실상』을 펴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이상한 전쟁』(2012)과 『서른 살 공화국』 두 편이다. 2014년 고인은 한 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성택 숙청을 어떻게 예측했는지 질문을 받고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며 “어떤 격동, 어떤 파란이 올지 모른다”고 답했다.

유족은 부인 이혜경씨, 딸 성연씨, 아들 정현(애플 동남아 기술매니저)·상현(이노비드 부사장)씨, 며느리 조은주·이경미씨, 사위 이현재(사업)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5호실(3일 오후 5시부터 1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오전 6시, 장지는 이천에덴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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