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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거점도시 육성땐 출생률 개선...인구 50만명 늘릴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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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수도권 청년 쏠림 현상으로 인해 줄어든 전국 출생아 수가 4800명(2021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양육 비용이 커지면서 청년층이 출산 시기를 늦추거나 자녀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다.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내 중소도시를 골고루 육성하기보단 거점 도시들을 크게 키우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한국은행 조사국 지역경제조사팀 정민수 차장 등은 ‘2023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청년층(15~34세)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2015년 이후 도드라졌는데, 2015~2021년 수도권 인구증가의 78.5%가 청년 유입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5~24세 그룹은 대학진학 등 교육 문제로 인해, 25~34세 그룹은 취업으로 인해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비수도권 고등학생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할 확률‧비수도권 대학 졸업생이 수도권에서 취업할 확률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다. 또 부모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자녀의 수도권 이동 확률이 높아졌다. 다만 비수도권 대학 졸업 후 수도권에 취업하는 경우 부모 소득이나 학점과의 연관성은 줄어들었는데, 연구팀은 “이동의 ‘자기선택성’이 약화할 정도로 서울 이동 유인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이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화‧의료 격차 등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015년과 비교해 2021년 월평균 실질임금 격차(34만원→53만원), 고용률 격차(3.8%포인트→6.7%포인트), 만 명당 문화예술활동 건수 격차(0.77건→0.86건), 천 명당 의사 수 격차(0.31명→0.45명)는 확대되는 추세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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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쏠림에 20년간 출생아 4800명↓

청년층 수도권 쏠림 현상은 전국 출생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교육열 상승‧육아시설 부족 등에 따른 양육비용이 커지는 데다 대도시 여성의 고임금이 출산 기회비용으로 작용해 출산 시기를 늦춘다”고 설명했다. “격화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청년들이 자신의 인적자본 축적‧자녀 인적자본 확대를 위해 자녀 수를 줄이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출생률을 지역별로 따져보면 광역시 0.81명, 도 지역 0.94명이지만 수도권은 0.76명에 그친다. 서울은 0.63명으로 가장 낮다.

2000년부터 20년간 청년들이 몰린 수도권에선 2만5000명의 출생아가 증가했는데, 이는 비수도권에서 출생아가 3만1000명이 줄어든 걸 상쇄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6000명의 출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수도권 청년 쏠림 현상이 인구밀도를 높여 출생률을 떨어뜨린 영향도 있다. 연구팀이 인구밀도와 출산율 사이 관계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니, 20년간 인구밀도 증가 영향으로 줄어든 전국 출생아 수가 2021년 기준 4800명으로 추정된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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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분산 지원보단 거점도시 육성이 효율적"

연구팀은 비수도권의 거점 도시 3곳 이상을 키워 인구를 분산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낙후된 중소도시들을 골고루 지원하는 것보다, 거점 도시 위주로 키워 여기서 나오는 경제적 혜택이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맞는다는 취지다. 연구팀은 “정책지원이 공평성 확보에만 치중할 경우 개별지역은 소규모로 분산된 지원을 받는 데 그쳐 잠재력이 높은 지역이 두각을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다”며 “수십 년 간의 균형발전 정책에도 수도권 집중이 멈추지 않는 현 상황을 보면 지금과 같은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광역시에 비해 도 지역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는 성향이 강한 점 ▶고령화 시대에 기존 중소도시가 급성장하는 걸 기대하기 어려운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거점 도시 성장 시 출생률이 개선돼 전국 인구가 약 50만명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①거점 도시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어들고 ②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비율 중 절반이 거점 도시 이동으로 대체되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메가시티' 논란과도 연관돼 해석될 수 있다. 연구팀은 해당 주장에 대한 평가는 아꼈지만, 수도권 규모를 키우는 '메가서울' 대신 지역 곳곳에 '메가시티'를 육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형일 통계청장 등이 2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2023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형일 통계청장 등이 2일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2023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참석해 발표를 맡았다. 홍 위원도 “지역소멸 대응을 위해 모든 지자체가 기업과 청년 유치에 나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비효율이 크다”며 “지역 거점 도시를 육성하고 거점 도시의 경제적 성과와 혜택을 인근 지역과 나누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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