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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德不孤 必有隣(덕불고 필유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덕(德)은 득(得, 얻음)이다. 내가 베풂으로써 남에게 득이 되었던 것이 언젠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덕인 것이다. 덕을 베푸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베풂을 받은 사람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개인주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심지어는 ‘남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개인주의 사회라는 이유로 소통을 거의 안 하고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웃 사이에 서로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는 무관심의 썰렁한 분위기가 흐른다. 아예 덕이 자랄 공간이 없다.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 德: 덕 덕, 孤: 외로울 고, 隣: 이웃 린. 25x67㎝.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 德: 덕 덕, 孤: 외로울 고, 隣: 이웃 린. 25x67㎝.

김일로(金一路) 시인은 “주고받는 정(情)이 설야(雪夜) 속에 훗해(따뜻하여) 등불이 부처련 듯 합장하는 저 모습”이라는 시를 쓰고, 그것을 다시 “정거정래인간난(情去情來人間暖:정이 오고 가면 인간 세상은 따뜻해지고)”라는 한문 한 구절로 압축해놓았다.

긴긴 겨울밤, 밤참으로 고구마를 삶거나 떡을 찌면 아이들 손에 등불과 함께 밤참을 들려 이웃집에 돌렸다. ‘웬 떡’을 만난 가난한 이웃은 등불을 든 아이를 향해 합장한 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아이는 어느새 부처가 된다. 이웃과 나누는 덕과 정이 아이를 부처님 마음을 갖도록 키우는 것이다. 덕불고 필유린!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