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德)은 득(得, 얻음)이다. 내가 베풂으로써 남에게 득이 되었던 것이 언젠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 바로 덕인 것이다. 덕을 베푸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베풂을 받은 사람들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시대를 개인주의 시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심지어는 ‘남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개인주의 사회라는 이유로 소통을 거의 안 하고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웃 사이에 서로 줄 것도 없고 받을 것도 없는 무관심의 썰렁한 분위기가 흐른다. 아예 덕이 자랄 공간이 없다.
김일로(金一路) 시인은 “주고받는 정(情)이 설야(雪夜) 속에 훗해(따뜻하여) 등불이 부처련 듯 합장하는 저 모습”이라는 시를 쓰고, 그것을 다시 “정거정래인간난(情去情來人間暖:정이 오고 가면 인간 세상은 따뜻해지고)”라는 한문 한 구절로 압축해놓았다.
긴긴 겨울밤, 밤참으로 고구마를 삶거나 떡을 찌면 아이들 손에 등불과 함께 밤참을 들려 이웃집에 돌렸다. ‘웬 떡’을 만난 가난한 이웃은 등불을 든 아이를 향해 합장한 채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아이는 어느새 부처가 된다. 이웃과 나누는 덕과 정이 아이를 부처님 마음을 갖도록 키우는 것이다. 덕불고 필유린!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