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선박 끌고, 반도체·중국 회복…수출, 13개월만 '플러스' 전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수출이 기나긴 역성장의 터널을 13개월 만에 빠져나왔다. 자동차·선박이 실적 반등을 주도하고, 반도체 회복세가 빨라지면서다.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도 줄었다. 다섯달 연속 무역흑자 행진도 이어갔지만, 향후 '유가 리스크'가 수입과 무역수지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5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수입액은 535억 달러로 같은 기간 9.7% 감소했다. 수출이 늘고 수입은 줄면서 10월 한 달간 무역수지는 16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다섯 달째 '플러스'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는 180억5000만 달러로 줄었다.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9월(2.3%)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수출 플러스와 무역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건 20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실적이 나빠진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도 있지만, 월간 수출액이 올해 들어 최대치를 찍는 등 전반적인 회복세가 뚜렷하다.

품목별로는 새로운 버팀목인 자동차(19.8%), 선박(101.4%) 등이 수출 반등을 주도했다. 자동차는 16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를 달성했다. 선박은 주요 품목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석유제품(18%), 디스플레이(15.5%) 수출 등도 호조를 보였다. '1위 수출품'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3.1%로 역성장이 이어졌지만, 감소 폭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적었다.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PC 수요 회복이 가시화된 데다 메모리 가격도 안정을 찾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10월 2.21달러에서 올 9월 1.3달러까지 떨어졌지만, 10월엔 1.5달러로 반등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지역별로는 '최대 시장' 중국(-9.5%)의 부진이 여전했지만, 긍정적 시그널도 늘고 있다. 대중 수출액은 110억 달러로 석 달 연속 100억 달러 선을 상회했다. 수출 감소율도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를 나타냈다. 주요 9대 시장 중에서 미국·아세안 등 6곳으로의 수출이 늘었다. 대미 수출액(101억 달러)은 역대 10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세안은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수출이 완연한 회복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제일 중요한 반도체 수출도 감산,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엔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보니 전체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수출 실적이 반등하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경제 전망엔 힘이 실리게 됐다. 앞서 발표된 9월 산업활동동향도 반도체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늘어나는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경기 개선 흐름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은 "수출이 경제 상저하고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면서 "수출이 골든크로스를 지나 연말까지 우상향 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최근 에너지를 중심으로 크게 줄면서 무역흑자에 기여한 수입 실적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 속에 '1위 수입품' 원유의 수입액이 1년 전보다 0.1% 늘면서 소폭 반등했다. 전년 대비 16.2% 줄었던 지난달과 큰 차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수입을 끌어올릴 변수가 많아 무역수지의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세계은행(WB)은 중동 분쟁이 확산하면 최악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이대로 가면 한국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주변국 여론 악화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변수가 너무 많다"면서 "만약 확전될 경우 국내 수출입 지표와 무역수지도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