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쇄신안이 잇따라 파열음을 내는 가운데, 당내에선 “엉뚱한 사람이 혁신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요한표 혁신위'는 “민심과 괴리된 환부를 과감히 도려낼”(김기현 대표)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당초 의도와 달리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의 부작용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①대사면 수혜자는 5·18 실언의 김재원?=혁신위가 지난 27일 1호 안건으로 언급한 대사면 건의 추진이 대표적이다. 당 윤리위에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10개월·수해 골프), 이준석 전 대표(1년 6개월·당 모욕) 등 비윤계를 끌어안아 ‘변화와 통합’을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홍 시장과 이 전 대표가 즉각 반발하면서 1호 혁신안은 빛이 바랬다. 홍 시장은 대사면 언급 당시 “니들끼리 잘해라”고 했고, 안건이 혁신위에서 공식 의결된 30일에도 “징계 취소를 하고 안 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연일 “굉장히 바보짓”이라고 쏘아붙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애초 두 사람은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데다, 징계 해제로 얻을 실익도 없기 때문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당원권 정지는 당적을 갖고 출마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징계의 본질이다. 그런데 홍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이 없고, 이 전 대표도 내년 1월이면 징계가 해제돼 출마에 영향이 없다.
당에선 “김재원 최고위원만 의문의 승자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 그는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등 설화로 지난 5월 당원권 정지 1년을 받아 내년 총선 출마가 어려웠는데, 징계가 해지되면 출마가 가능해진다. 수도권 의원은 “비윤계는 반발하고, 김 최고위원 출마 길을 열어주는 게 쇄신책이냐”고 했다.
②영남권엔 용산 신인들 입성하나=인 위원장이 지난 27~28일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꺼낸 ‘영남 중진 서울 출마론’ 에 대해서도 당 내에서 논란이다. “수도권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영남 쇄신을 위해 필요한 일”(수도권 초선)이란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수도권 승리 전략이라기 보다는 ‘영남 물갈이’ 수단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에도 수도권 험지 출마론은 누군가를 빼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재선 의원)는 당 내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영남 지역구 출마를 노리는 신인에겐 무혈입성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영남은 전체 65석 중 56석(86%)을 국민의힘이 차지했을 정도로 여권에선 ‘꽂으면 당선’되는 텃밭이다.
정치권엔 "용산 대통령실 인사들이 텃밭을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상당수 비서관들이 영남권에서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기도 하다.
③폭풍우 피하는 친윤계=혁신위 쇄신 방향이 일단 친윤계를 비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수직적 당정관계 개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혁신위가 들어서면 친윤계가 압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런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언급하면서 김기현(4선·울산 남을) 대표와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을 콕 집은 게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왕에 기득권의 험지 출마를 언급하려 했으면, 친윤계부터 겨냥하는 게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30일 페이스북에 “스테이크가 맛이 없는데, 영남 의원의 수도권 출마 같은 양념 수준의 이야기(를 한다)”며 “어쭙잖게 기교 부리지 말고 스테이크를 바꿔라”라고 말했다.
물론 당내에선 “인 위원장이 결국은 친윤계에 칼을 겨눌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며 “수세에 몰릴 경우, 당 주류를 때리면서 위기를 돌파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