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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막히자 기업대출 늘렸다…5대 은행 올해 이자이익 30조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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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5대 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이자이익이 3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 등으로 은행들이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30일 5대 금융지주의 경영 실적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 3분기 누적 이자이익 총액은 작년 같은 기간(28조8052억원)보다 7.4% 늘어난 30조9366억원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7조331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6조2563억원), 하나은행(5조9648억원), NH농협은행(5조7666억원), 우리은행(5조6170억원) 순이었다. 3분기로만 봐도 5대 은행의 이자이익은 10조4454억원으로 전분기 수준의 증가율(0.5%)을 유지했다.

지난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데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하자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은행들이 많아진 게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말보다 가계대출은 1.2% 줄었지만, 기업대출이 6% 늘었고 신한은행도 가계대출이 2.5%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5.5%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가계대출이 1.9% 줄어든 반면 기업대출은 11.5%나 늘었다. 우리은행도 가계대출은 0.7% 감소했고 기업대출은 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경기에 소비·투자가 줄면서 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한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 여건은 악화하면서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대출 잔액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은 27조1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무려 37.9% 급증했다. KB국민은행(24.3%), 우리은행(21%), 신한은행(19.9%)도 대기업 대출을 약 20% 이상 늘렸다.

다만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모두 하락했다. 대출금리가 올랐지만, 정기예금 이자 등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도 그만큼 불어난 영향이다. 4대 은행의 3분기 NIM은 지난 2분기(1.67%)보다 0.02%포인트 내린 1.65%였다.

은행을 거느린 5대 금융지주 실적도 3분기를 기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5대 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76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1% 감소했고, 전분기와 비교해도 5.6% 줄었다. 3분기까지 거둔 누적순이익도 15조6496억원으로 작년 동기(15조8366억원)에 비해 1.2%가량 감소했다. ‘이자 장사’가 한계에 이른 데다 대출 부실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충당금 적립액이 늘고, 증권·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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