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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중값 손댔나…文통계청도 '소상공인 통계' 조작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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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7월 서울 강서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점주가 셀프 커피머신에 사용되는 각종 집기류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서울 강서구에서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점주가 셀프 커피머신에 사용되는 각종 집기류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중소벤처기업부에 이어 통계청도 문재인 정부 시절 '소상공인 실태조사' 통계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감추기 위해 표본 수치를 바꾼 것으로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중기부 소관인 소상공인 실태조사는 소상공인 경영 실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통계 개선을 위해 2018년(2017년 기준 조사) 통계청의 대행 조사가 진행됐고, 2019년 이후 중기부·통계청 공동조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서 중기부가 최저임금 관련 조사 항목을 바꾸거나 축소하는 식으로 통계 조작에 나선 정황이 나타났다.〈본지 10월 12일자 경제 1면 참조

30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중기부·통계청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계청에서도 통계 조작이 의심되는 사례가 새로 나왔다. 2019년 통계청은 전년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대상에서 소상공인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체를 골라낸 뒤 소상공인 실태조사 표본을 설계했다. 그해 8~9월 소상공인 조사 등을 진행한 뒤 전국사업체조사 표본과 비교해 핵심 항목인 사업체 수·종사자 수·매출액의 가중값을 맞췄다.

그런데 결과 발표를 앞둔 2019년 12월, 통계청은 두 차례에 걸쳐 3가지 항목의 가중값을 바꿨다. 이에 따라 첫 가중값 적용 시 1.1%였던 종사자 수 증가율(전년 대비)은 2차 가중값 적용 후 4.5%로 3.4%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사업체 수 증가율은 1%포인트(1.5%→2.5%), 매출액 증가율도 0.7%포인트(0.8%→1.5%)씩 올라갔다. 이는 소상공인 사업체를 골라내기 전 모집단 표본 자료인 전국사업체조사의 사업체·종사자(최종치)가 잠정치보다 각각 0.02%, 0.18% 늘어난 것과 차이가 크다.

조사 대상 연도인 2018년은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이 전년 대비 16.4% 급등하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졌던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에 민감한 통계 표본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폭 바뀌었다는 게 한무경 의원실 판단이다. 소상공인 사업체·종사자·매출액이 늘면 영업이익 등 전반적인 경영·고용 지표도 함께 좋아지기 때문이다.

한무경 의원은 "통계청이 표본에 가중값을 두 번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저임금 급등 부작용에 따른 소상공인 경영 악화로 사업체·종사자·매출액 수치가 떨어질 걸 우려해 의도적으로 높이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같은 자료에 가중값을 일부러 높여서 중복 적용한 건 아니다. 실태조사 시행 초기라 잠정·확정 수치가 꽤 바뀐 측면이 있다"면서 "의도적인 조작이나 입김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실은 임기 중에 소상공인 실태조사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통계를 38차례 사전제공 받았다. 특히 국정기획실·경제정책비서관실은 통계청 표본 조작 의혹의 원자료인 18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 잠정 결과 자료를 받아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상황실·자영업비서관실도 20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 잠정결과를 미리 받아봤다. 한 의원은 "청와대가 소상공인·중소기업 관련 통계를 예의주시했다는 근거"라면서 "통계청이 표본을 자의적으로 부풀렸는지 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부는 소상공인 실태조사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지난주 내부 감사 작업에 착수했다.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 감사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이영 중기부 장관이 12일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관련) 조사 항목을 다 들어낸 건 문제가 있는 듯하다. 내부적으로 감사한 뒤 필요하면 감사원 감사 등도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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