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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척추질환 방치 땐 큰 대가, 전문가와 상의해 수술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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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기고 김도형 연세오케이병원 척추클리닉 원장

지난 추석 때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모친이 응급실로 긴급히 갔다고 했다. 모친의 증상을 들어보니 꽤 오래전부터 아팠는데 겁이 나 아들한테 그동안 말을 못하신 모양이다. 일단은 귀가하시라 했고 연휴 끝나고 병원에 모시고 오게 했다.

역시 우려했던 대로 수술이 불가피한 상태였다. 자세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만큼 극심한 통증으로 쩔쩔매고 있어 보는 사람이 진땀이 다 날 정도였다. 당연히 며칠 동안 식사는커녕 잠도 못 주무셨다고 한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친은 ‘어떻게 수술은 안 할 수 없을까’라는 요청을 거듭하셨다. 그 정도의 극심한 통증은 며칠 더 지속하면 하지에 해당 분절 마비가 진행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수술을 진행해서 다행히도 지금은 편히 지내고 계신다.

급박했던 시간이 지난 후 아직 의아한 건 그런 고통에서도 수술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 진료 현장에서 허리 수술은 다른 수술과 떼어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은 상당수 환자를 만난다. ‘허리 수술, 척추 수술은 하는 거 아니다, 허리에 손대는 거 아니다’라는 말을 의사인 필자에게 대놓고 얘기한다. 아마도 의사들이 심어준 공포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척추 유합술’ 같은 수술에 대한 일부 환자의 인상이 그렇게 상처로 남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행히 허리 수술 중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최소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지속해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소위 ‘최소침습 척추 수술’이라는 분야다. 대부분의 의학이 미국에서 제일 발달했듯이 척추 수술법도 그러했다. 미국에서 배워 와 널리 퍼진 수술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쉽게 말해 병이 깊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도 수술 방법이 워낙 깔끔해 보이는 데다 환자들이 선호하니 자연스럽게 발전할 수밖에 없는 수술 방법이자 ‘척추 수술법의 총아’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앞서 언급한 ‘척추 유합술’까지 진행해 기존 수술법에서 발생하는 후유증도 줄일 수 있다. 내시경 수술의 일부 단점이 보완돼 양쪽에서 기구를 조작하는 수술법인 ‘양방향 내시경 수술 법’도 개발, 의료 현장에 도입됐다. 확대된 고배율 시야로 인해 뼈 제거(후궁 절제)를 최소로 하고도 단방향 내시경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위인 ‘척추 신경과 병변부’로의 접근이 가능해 수술 후 관절의 불안정증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더구나 한국은 양방향 내시경 수술법을 가장 활발히 하고, 실력이 좋은 나라로 손꼽힌다.

의사인 필자조차 수술을 받는 것은 두렵다. 하지만 병을 방치하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빠르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전문가와 상의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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