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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전황 넘어 국제사회 흐름 보여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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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 중앙일보를 말하다

제43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24일 오후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제43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지난 24일 오후 중앙일보에서 진행됐다. 이날 참석한 독자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제43회 중앙일보 독자위원회(위원장 김준영 전 성균관대 이사장)가 지난 24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10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 지면과 디지털에 실린 주요 기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산업대학원장=소아과 진료 어려움 등 의료계 필수 진료과 문제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문제가 대두했는데, 16일 자 ‘300명 보고 받은 尹 확 늘려라…17년 만의 의대 증원, 판 커졌다’ 등 7~8회 보도가 있었다. 노령화, 지역의료 붕괴 등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나름 합리적으로 보도했다. 17일 자 ‘MZ, 부모보다 빨리 늙는다…당뇨·고혈압 증가 5060 압도’ 등 MZ세대 가속 노화를 주제로 한 기획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성별, 연령대별 의료기관 이용률과 질병 발생 양상을 분석해 젊은 세대가 과거 세대와 다르게 식생활 문제, 운동 부족,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난임·암·안질환·퇴행성 질환을 겪는 문제를 짚었다.

▶이영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이사장=6일 자 1면 ‘현역만 유리한 선거법 정치 신인 65년째 한숨’을 시작으로 한 ‘기울어진 선거법’ 기획 보도는 기득권자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정치 분야 개선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점을 시의적절하게 지적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 관련해 9일 자 3면 ‘판사들  야당 당론 부결 참담, 법원이 정쟁 희생양 됐다’기사가 있었다. 낙마 원인으로 청문회 준비 부족, 후보자의 안일함 등 내인론을 언급했지만, 애초에 후보자 인선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성찰하는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심층 인터뷰 기사와 회고록은 널리 알려지지 않는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지면이 한정된 일간지에서 연일 많은 지면을 할애할 만큼 시의성이 있지는 않다고 여겨진다.

▶지철호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경제가 어렵다는 기사를 많이 다뤘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3일 자 3면에 ‘수출 살아나나…반도체 바닥 찍고, 무역흑자 2년래 최고’ 기사가 나왔다. 4일부터는 이틀에 하루꼴로 경제가 어렵다는 내용을 ‘경제 고금리 먹구름’ 등으로 표현해 썼는데, 3일 기사는 뜬금없었다. 5일 자 사설 ‘4분기 전기요금 인상, 어려워도 이번엔 해내야’, 경제 2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급한데…동결 군불 때는 정부’ 기사가 실렸다. 인상 방법이나 전략, 부작용 등 문제 해소 방안을 제시하면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8일 자에 에너지 공기업이 해외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해 절반이 적자여서 빚이 더 쌓인다는 기사가 있었다. 22건 중 11건이 적자면, 11건은 흑자라는 얘긴데, 잘 분석하면 비판을 더 세게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비판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임유진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출산·양육수당 관련 기사가 이틀 사이로 나왔는데,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엇갈려서 일관성이 없었다. 18일 자 3면 ‘출산율 1위 해남 10년 뒤 반토막… 묻지마 현금 장려금의 역설’은 현금으로 출산을 제고하려 했더니 실패했다는 것이고, 20일 자 18면은 ‘통 크게 출산양육수당 줬더니 충북 아기 울음 전국 1위’라며 현금 장려금을 줬더니 성공했다는 기사였다. 충북 기사는 수당 지급과 출생아 증가율 간 인과관계가 설명이 안 됐다. 18일 자 등 슈링코노믹스 시대 기사는 대안으로 공공보육시설을 늘리고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실효성에 의구심이 든다. 스웨덴 육아휴직제는 진부하고, 더구나 한국도 이를 벤치마킹한 다양한 육아휴직 제도가 있음에도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저출생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연착륙하기 위한 방안이 더 적절한 대안 제시 아니었을까.

독자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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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 힘 후보가 큰 표차로 졌는데, 그 뒤 애초부터 인물이 아니었다, 정치 쇄신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사후 확신 편향’인데, 훈계조 보도는 언론이 지양해야 하는 태도다. 이스라엘 전쟁 기사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 발발 근본 원인에 대한 설명, 분쟁 계기가 된 알아크사 성당 등 필수 요소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하마스와 북한의 관련성이 다른 매체에 비해 자주 부각됐다. 12일 자 ‘드론 폭탄 불도저에 뚫린 철의 장벽 한국도 대비를’ 보도는 우리가 준비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잘 설명했지만, 굉장히 초기부터 북한식 하이브리드 전이다, 북한이 하마스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익명 당국자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발언 외에는 딱히 근거가 없었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자극이나 남북 갈등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은 북한의 역할보다는 남북 갈등을 풀려는 노력이 없으면 우리도 전쟁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은 갈등을 부각하는 쪽에 방향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김준영 전 성균관대 이사장=이스라엘-하마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외에 또 국제적으로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전쟁 관련 보도 기본 컨셉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황은 며칠마다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국민 정서, 국제사회 움직임과 흐름 등을 살펴봐야 한다. 탈북민 문제는 의외로 국내에서 중요성이 경시되고 있다. 같은 민족으로서 인권의 문제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에 대해 우리 사회도 책임이 있으므로 관심 있게 다룰 필요가 있다.

23일 자 1면 톱으로 한국조사협회 여론조사 자정 선언 내용을 잘 소개했다. 여론조사는 여론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통계적인 기반이 얼마나 충실하고 부실한지에 대해서는 국민이 거의 모른다. 앞으로 여론조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줄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제일 큰 에너지 손실(엔트로피)은 ‘정치 엔트로피’가 아닌가 싶다. 언론이 정치 엔트로피를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달라.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세계적인 고금리 현상을 포함해 경제 위기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대부분 기사는 고금리로 인한 다양한 경제불황 요인, 개인·자영업자·기업 등 피해와 위기감에 대한 것이었다. 23일 자 3면 ‘대출 전략 새로 짜야’가 대표적이다. 아쉽게도 정부 거시경제정책이 어떤 목표와 내용을 갖고 조정 능력을 보이는지에 대한 관심은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일부 경제 관료의 하반기 경제 낙관론 주장을 그대로 지면에 싣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정부의 위기 극복 능력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기대한다.

23일 자 5면 ‘네옴시티, 에너지, 스마트팜, 신중동 붐으로 경제 살린다’ 등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해외 주요 언론은 네옴시티 사업의 실현 가능성 등 다양한 분석을 보도하고 있다. 경제외교 성과에 대한 후속 기사를 기대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독자 입장에서 이 문제 핵심은 소비자 권리 침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집요하게 취재해야 한다.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13일 자 1면 ‘8월까지 재정적자 66조…나랏빚 1100조 돌파’는 초반부에는 마치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 실적이 악화하고, 부동산 거래와 소득세· 법인세 수입 등이 줄어든 것처럼 작성되었다. 하지만 기사 후반부는 문재인 정부 당시 복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 재정으로 국가채무가 대폭 늘어난 여파가 크고, 아직도 기업들은 코로나19로부터 무너진 재정상태를 회복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랏빚이 늘어나는 건 그 어느 정부의 탓이 아닌, 거시경제와 시장 상황으로 이어진 것임이 명확히 기재됐으면 한다. 이런 글은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재해석되기 마련이다.

▶홍지혜 오픈갤러리 디렉터=박서보 화백 별세 소식에 해외 유명 갤러리들도 애도를 표했고, 외신도 다룰 정도로 한국 미술계 큰 별이 졌는데 부고 기사가 전부여서 아쉬웠다. 3일 자 11면 ‘도로공사의 드론 교통단속…사생활 침해 우려’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우려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 기사다. 새로운 기술이나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기성세대의 우려를 다룰 때는 새로운 세대의 입장도 같이 다루는 입체적 관점이 필요해 보인다. 9일 자 16면 ‘한글 맞춤법 검사기 개발, 30년째 취준생 등불 됐다’는 한글날을 맞아 작지만, 정확도 높은 서비스를 만든 권혁철 교수 인터뷰를 다뤘다. 특히 AI와 경쟁하는 서비스로 소개한 것, “언젠가 밀려나겠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업데이트하며 AI와 경쟁하고 싶다”라는 현실성 있는 포부도 좋았다. 드러나지 않은 고수의 발굴과 밸런스 모두 돋보이는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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