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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 기업인 85% "상속세, 폐지하거나 OECD 수준으로 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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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30~40대 젊은 벤처·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 상당수가 현행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30~40대 벤처·스타트업 CEO 140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우리 상속 세제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의 응답(43.6%)이 가장 많았다. 또 ‘상속세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도 41.4%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85%에 달한 것이다. 반면 ‘현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9.3%, ‘부의 대물림 방지와 불평등 완화 차원에서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과세표준 금액에 따라 최대 50%(최대주주 할증 시 60%) 세율을 적용한다. 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고, OECD 평균(약 25%, 2022년 기준)의 2배 수준이다.

현재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국,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호주·캐나다·스웨덴 등은 상속세 대신 상속받은 재산을 향후 처분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를 운영하고 있다.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은 상속세가 기업가 정신을 약화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시킨다고도 인식했다. 상속세가 기업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설문에 ‘매우 크게 작용한다’는 응답은 47.9%, ‘일정 부분 작용한다’는 응답이 45.7%로 나왔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 기업의 오너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응답이 96.4%에 달했다.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인식에 따라 응답자 68.6%는 현재 경영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경영 부담 등의 이유로 자녀에게 승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자녀에게 승계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는 20.7%였다. 상속세율 인하, 공제 확대 등으로 상속세 부담이 줄어들 경우 기업의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는 ‘도움된다’는 응답이 69.3%로 높았다.

현재 피상속인 유산 전체에 과세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2.1%가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유산 취득세는 상속인 개개인이 실제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으로,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젊은 기업인들의 도전정신을 키우고 벤처·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의 영속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상속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정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상속세를 인하하면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논평을 통해 “지난 10년간 가업 상속 공제액과 가업 승계 과세특례 합계액은 각각 1조8300억 원과 1조5800억 원에 달하며 2017년부터는 가업 상속공제보다 가업 승계 과세특례의 신청 건수와 적용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부의 무상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제적·사회적 양극화가 매우 심각해질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기회균등이라는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상속세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한다”라면서 “늘 논의를 진전시키다 보면 ‘부의 대물림’에 대한 반감으로 벽에 부딪힌다. 국회도 그렇고, 사회적 여건도 그렇고, 이 부분을 받아들일 태세가 조금 덜 돼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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