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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학개미는 눈물, 韓수출엔 찬물…'수퍼 엔저' 대체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환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26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한 환전소의 모습. 연합뉴스

‘엔저 시대’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하반기 국내 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연내 엔화 반등에 베팅했던 ‘일학 개미’들은 손실이 더 커질까봐 속앓이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장중 한때 1달러당 150.48엔까지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연중 최저치이자 엔저가 시작된 지난해 10월(150.9엔) 이후 약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계속 바닥인 이유는 미국의 통화 긴축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본은 ‘저성장 탈출’을 목표로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금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엔저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 자동차ㆍ철강 등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물건을 세계 시장에 판다고 할 때 엔저를 등에 업고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어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 물량은 0.2%포인트, 수출금액은 0.61%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한국의 ‘상저하고’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건 수출이다. 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6%였는데 이중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가 0.4%포인트로 가장 컸다. 고금리 기조에 소비나 투자는 위축될 수 있는 만큼 4분기 성장도 결국 수출에 달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 잠정치는 338억 3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하지만 일본과 수출 품목이 겹치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초엔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전기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84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1% 급감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무라타 등 부품 공급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심화된 게 주 원인으로 꼽힌다.

엔화 반등에 수천억 원을 베팅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식(ETF 포함)은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헷지 ETF(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로, 순매수 금액은 3억 4086만 달러(한화 약 4617억 원)에 달한다.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데 미 국채금리 급등으로 같은 기간 23.32%나 하락했다. 여기에 원화당 엔화값 약세에 따른 환손실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다.

다만 그간 엔저를 부추겨 온 10여년 간의 통화 완화 정책 ‘종료 타이밍’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목표치인 2%를 넘어서 지난 8월까지 1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대비 5.6% 상승한 것으로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전문 조사기관인 ‘마켓 라이브(MLIV) 펄스’가 주요국 통화 및 금융 전문가 3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일본은행(BOJ)이 내년 상반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다.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거란 응답도 31%에 달했다. BOJ는 오는 30~31일 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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