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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곳간'서 나오지 않는다…폐지 판 돈 선뜻 기부한 수급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산 목욕탕 폭발 사고로 다친 경찰관·소방관을 위해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을 전달한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단 내용이 알려지며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27일 오전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놓인 상자에서 발견된 현금. 사진 북부경찰서

27일 오전 부산 북구 덕천지구대 앞에 놓인 상자에서 발견된 현금. 사진 북부경찰서

27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북구 덕천지구대 앞엔 누군가 두고 간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경찰관들이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서 편지 한 통과 빛바랜 1000원짜리 지폐, 500원짜리 동전 여러 개 등 현금 4만5000원가량이 나왔다.

상자의 주인 A씨는 편지에서 자신을 장애 아이를 키우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정의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폭발 사고로 다친 경찰관, 소방관님의 뉴스를 보며 눈물이 많이 났다”며 “폐지를 팔아 모은 돈인데 적은 금액이라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힘내시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란다”며 “빠른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덕천지구대는 동구청에 A씨의 기부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학섭 덕천지구대 팀장은 “본인도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주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상자 안에서 현금과 함께 발견된 A씨의 편지. 사진 북부경찰서

상자 안에서 현금과 함께 발견된 A씨의 편지. 사진 북부경찰서

앞서 지난달 1일 오후 1시 40분쯤 부산 동구의 4층짜리 목욕탕 건물 지하 1층에서 약 30분의 간격을 두고 2차례 폭발이 발생했다. 당시 폭발로 인한 화재를 진화하던 소방관 10명과 현장 통제에 나섰던 경찰관 3명 등 모두 23명이 다쳤다. 일부 소방관들은 중상을 입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합동 감식 결과 1차 폭발은 유류 탱크에서 나온 유증기가 불씨를 만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차 폭발은 1차 폭발로 파손된 유류 탱크 배관 안으로 점화원이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정확한 점화원은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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