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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탈북민 추가 강제북송 막을 전방위 외교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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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500여명의 탈북민을 북송한 데 대해 정 대사는 “중국의 체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중앙포토]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 13일 베이징 주중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500여명의 탈북민을 북송한 데 대해 정 대사는 “중국의 체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중앙포토]

중국 세 차례 600여 명 북송 이어 추가 움직임도

한·중 외교 채널과 미국·유엔 통해 설득·견제하길

중국 정부가 지난 9일 재중 탈북민 500여 명을 북송한 데 이어 추가로 대규모 북송을 추진 중이라고 북한 인권 관련 시민단체가 최근 경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기간 내내 폐쇄됐던 북·중 국경이 지난 8월 열리면서 중국 공안이 장기간 구금해 온 탈북민 2000여 명 중에서 620여 명을 세 차례로 나눠 북한으로 보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구금·고문·처형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강제 북송 조치는 분명히 반(反)인도주의적이다.

북한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이달 초 북송된 탈북민 중에는 100만 명 이상의 아사자가 나왔던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기간에 탈북해 25년간 중국에 거주한 40대 여성이 포함돼 있다. 충격적이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동북3성 일대를 가가호호 수색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이 안 돼 있는 탈북민을 대거 적발했고, 공안 통치 강화 차원에서 도입한 안면인식기술을 이용해 탈북민을 색출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중국은 탈북민의 난민 지위를 부정하며 중국 국내법을 어긴 단순 불법 체류자로 간주해 왔다.

중국의 탈북민 대규모 북송 사태가 터졌지만, 인권과 자유를 강조해 온 현 정부의 대응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9년 탈북 어민 두 명을 강제 북송했던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줄곧 큰 비난을 받아 왔었다. 현 정부의 한덕수 총리는 지난달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탈북민 북송에 대한 우려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실제 북송이 이뤄졌는데도 ‘조용한 외교’를 내세운 외교부는 물론이고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항의 성명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정부는 탈북민의 추가 북송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직간접적 외교 채널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다음 달 중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미·중 정상회담 기회를 활용해 탈북민 북송 반대 메시지를 중국 측에 재차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는 31일 유엔총회와 북한 인권결의안 작성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북송 중단 지지를 유도해 내길 바란다.

지난 24일 북한 주민 4명이 목선을 타고 동해로 귀순했다. 인권 탄압과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탈북민 대거 북송 충격까지 더해져 북·중 국경보다 해상 루트를 통한 탈북 도미노도 예상된다. 변화된 양상을 잘 살펴 미리 대비해야 한다. 현 정부는 통일부에 인권인도실을 신설하면서 북한 인권을 유달리 강조했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임무가 탈북민 보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