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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마운드 무너진 ‘NC의 수호신’ 김영규

중앙일보

입력

NC 김영규. 뉴스1

NC 김영규. 뉴스1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의 분위기가 가장 좋지 않았다. 한때 2위 자리까지 노렸지만, 막판 연패가 잦아지면서 4위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다른 악재도 겹쳤다. 바로 외국인투수 에릭 페디(30·미국)의 부상이다. 페디는 지난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강습 타구를 맞아 오른쪽 팔뚝을 다쳤다. 가뜩이나 왼손 영건 구창모(26)가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NC로선 20승 에이스의 부재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선발 마운드가 무너진 NC를 보는 시선은 긍정적이지 못했다. 일각에선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패를 하고 탈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NC는 이러한 예측을 보기 좋게 비웃으며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다. 난적 두산을 물리치더니 준플레이오프(준PO)에선 SSG 랜더스를 3전 전승으로 격파하고 KT 위즈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PO) 진출 티켓을 따냈다.

NC의 승승장구를 뒷받침하는 주역은 역시 왼손 불펜 김영규(23)다. 페디와 구창모가 빠지고 태너 털리마저 부진한 이번 가을야구에서 김영규는 4경기를 모두 나와 매번 결정적인 수훈을 올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5-5로 맞선 5회초 2사 3루 위기에서 올라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14-9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준PO 1~3차전에선 3과 3분의 2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해 시리즈 싹쓸이를 이끌었다. 특히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마지막 3차전에선 7-6으로 앞선 5회 2사부터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상대의 추격 의지를 끊었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등의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져 상대 타자들을 봉쇄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준PO MVP 트로피와 함께 2승 2홀드를 챙긴 김영규는 “두산전부터 자신감 있게 투구했던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몇 이닝을 막겠다는 계산보다는 한 타자씩만 잘 처리하자는 마음가짐이 효과를 보는 느낌이다”고 웃었다. 이어 “SSG는 올해 홈런 2위(104개)를 기록한 강팀이다. 준PO에서도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나 역전되는 상황이 많았다. 그래서 어렵게 승부를 펼치면서 상대의 방망이를 끌어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NC 김영규. 연합뉴스

NC 김영규. 연합뉴스

2000년생 김영규는 최근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당초 구창모가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해 김영규가 대체 선수로 발탁됐다. 김영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은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모든 경기가 숨이 찰 만큼 압박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대회였다. 이때의 경험이 지금 가을야구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는 30일부터 KT와 5전3승제의 PO를 치른다. 준PO를 3차전에서 끝낸 NC는 휴식 시간을 벌어 전력을 가다듬고 KT를 상대할 수 있게 됐다. 관건은 페디의 출전 여부인데 NC 강인권 감독은 준PO를 마친 뒤 “페디는 원래 준PO 4차전 등판을 준비했다. 변수가 없다면 페디가 PO 1차전에는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실전 감각이 고민이지만 시간이 있으니까 불펜 피칭을 통해 감각을 찾게 하려고 한다”면서 페디의 PO 출격을 공표했다.

PO에서도 어깨가 무거운 김영규는 “KT는 쉬어가는 타순이 없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 NC 마운드도 탄탄하다.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고 앞선 4경기처럼 자신감 있게 던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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