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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10곳 중 4곳, 번 돈으로 이자도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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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고물가·고금리 여파에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42.3%)은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취약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기업 비중은 200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경영난에 빚을 낸 기업이 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25일 한국은행이 지난해 국내 비금융 기업 91만여 곳의 경영실태를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5%로 하락했다. 이는 기업이 얼마나 잘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았을 때 45원의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1년 전(5.6%)보다 1.1%포인트나 줄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4.2%)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42.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면 한 해 수입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취약기업이란 의미다. 이 비중은 2017년 32.3%에서 2020년 40.9%로 뛰었다가 2021년에는 40.5%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후 지난해 내내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소비·투자가 위축됐고, 그 결과 취약기업 비중도 다시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취약기업의 대부분(34.7%)은 영업적자로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이었다.

전체 기업의 이자보상비율 역시 348.6%로 2021년(487.9%) 대비 하락했다. 다만 이자보상비율 100% 이상인 기업 비중은 늘었다. 100~300% 기업과 300~500% 기업 비중이 각각 16.3%, 7.2%로 2021년(14.2%, 7.1%) 대비 증가했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상이면 우량한 기업으로 볼 수 있다”며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좋은 기업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더 나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기업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각각 122.3%, 31.3%로 2015년(128.4%, 31.4%) 이후 최고치다. 차입금 의존도란 기업 자산(자본+부채) 중 은행 등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비중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이자 등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서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소비자는 지갑을 더 닫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석 달 연속 하락세다. 이 지수가 100 아래면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로 지난 2월(0.1%포인트 상승) 이후 8개월 만에 반등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10월에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된 것들이 있었고, 농산물 등 가격도 올라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보는 응답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개월 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8에서 128로 한 달 사이 10포인트나 올랐다. 지난 1월(1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상승 폭 역시 지난 2021년 3월(10포인트)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크다. 황 팀장은 “미국이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하고 장기 국고채 금리도 상승하면서, (소비자가)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지속할 것으로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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