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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대체복무자 60명 소집 해제…기간 놓고 “단축해야” vs “지금처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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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양복을 차려입은 4명이 25일 오전 9시 부산교도소를 나서며 손을 흔들었다. 이들은 대체복무를 마친 양심적 병역거부자 첫 사례다.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가족·지인의 격려가 터져 나왔다. 최고령 대체복무자 오승헌(39)씨는 “2003년 11월 입영통지서를 받았는데 드디어 복무를 마쳤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 기피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대체복무제는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을 헌법불합치 결정하면서 마련됐다. 2020년 10월 처음 입소한 이들은 교도소·구치소에서 급식·구매·보건위생·시설 관리 등 업무의 보조를 맡았다. 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병(18개월)의 2배(36개월)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소집 인원은 1203명, 그중 60명이 이날 전국 15개 교도소에서 소집해제했다.

대체복무자들은 “현행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로 복무 기간 단축과 분야 확대다. 지난 1월 유엔 인권이사회도 한국의 대체복무제를 “징벌적”이라고 우려하며 복무 기간 단축 등을 권고했다. 교정시설로 한정된 복무 분야를 확대하자는 의견도 많다. 이날 대전교도소에서 소집 해제한 하정현(34)씨는 “약사 자격증이 있는데, 이를 살려 시민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 산하 대체역 심사위원회도 지난 4월 복무 기간을 27개월로 단축하고, 분야도 합숙시설이 구비된 119안전센터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긴 대기 기간도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2 회계연도 국방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대체 복무 기관이 추가되지 않는다면 최대 4년을 대기해야 한다.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은 대체복무제도 개선에는 부정적이다. 병무청 의뢰로 대진대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연구용역에 따르면, 현역병 복무자의 74%, 일반인의 62.9%가 대체복무 기간을 현행(36개월)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국내 대체복무제는 과거 제도를 운용하다 모병제 변경으로 폐지한 독일·대만보다 엄격하다. 복무 기간은 독일(9개월)과 대만(4개월) 모두 현역병과 동일했다. 반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대체복무 기간(347일)이 현역병(최소 165일)의 약 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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