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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남성보다 6년 더 살지만…“건강 양호” 31%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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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남성보다 더 살지만, 덜 건강하다.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 성적표다. 24일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제5차 여성건강통계를 발표해 이 같은 ‘젠더 패러독스(역설)’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국가암통계자료, 가족과 출산조사 등 여러 국가 통계를 바탕으로 10년간 여성의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등 추이를 분석했더니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지만 주관적 건강수준이 낮고 실제 여러 질병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나왔다.

여성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6.6세로 남자(80.6세)보다 6세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일본(87.6세) 다음으로 높다. 세계 최상위권 수명을 누리지만 자신의 건강 수준은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건강이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30.9%(2019~2021년)로 남성(37%)보다 낮았다. 골관절염과 골다공증 유병률은 각각 10.3%, 7.1%다. 남성(3.8%, 0.7%)의 두 질환 유병률과 비교하면 3배, 10배에 달했다.

암도 여성을 더 위협하는 질병 중 하나였다. 여성의 암 발생률은 2000년 인구 10만 명당 197명에서 2020년 321.4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자궁경부암은 줄고 자궁체부암(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빠르게 늘었다. 유방암도 꾸준히 늘어 여성 암 발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 폐암은 줄었지만 여성 폐암은 늘고 있고 췌장암도 여성에서의 증가율이 가팔랐다.

국립암센터 정규원 부장은 “유방암, 자궁경부암 수검률이 60% 미만으로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오인되는 폐암, 췌장암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이나 예방·검진 제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성인 여성에서의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장애 유병률, 자살 생각률은 모두 남성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성인에선 25~34세가 고위험 집단이었다. 우울장애 유병률(2020년 11.9%)과 자살 생각률(1년간 진지하게 극단선택을 생각한 적 있는 비율, 2021년)이 8.9%로 나타나 타 연령층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신체활동 실천율에서도 남녀 격차가 확인됐다. 성인 여성의 근력운동 실천율은 16.4%로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남성(32.7%)보다 낮았다. 유산소 신체활동 신체율도 남성의 87% 수준이었다. 25~34세 젊은 여성의 흡연율이 10.3%로 가장 높았고, 고위험 음주율은 35~44세에서 큰 폭으로 증가(2013년 6.1%→ 2021년 9%)했다.

청소년 및 성인 여성의 40% 이상은 심한 월경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약 40%가 월경으로 인해 학교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보건연연구원은 “여성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줄일 수 있는 전략 개발과 만성질환 위험 요인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의과대학 김유미 교수는 “건강의 ‘젠더 패러독스’는 경제가 안정된 여러 국가와 사회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면서 “여성은 병식(병이 있다는 자각과 인식)이 있고 치료 순응도도 높지만 고혈압과 당뇨병 등의 조절률은 떨어진다. 이에 예방 초점을 맞춰 건강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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