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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싫다"…피부·성형외과 기술 배우는 월급쟁이 의사 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 대학병원의 의사들. 뉴스1

한 대학병원의 의사들. 뉴스1

의과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일찌감치 피부과·성형외과에 취직해 의료 기술을 배우려는 의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의대를 졸업한 의사의 90% 이상이 '인턴 1년, 전공의 3~4년' 수련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직한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은 24일 보건복지부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동네의원의 간판에 전문과목을 표시하려면 전문의 자격증을 따야 한다. 피부과 전문의만이 'OOO 피부과 의원' 간판을 내걸 수 있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사는 'OOO 의원'이라고 간판을 내걸고, 작은 글씨로 '진료과목 피부과·내과'와 같은 형식으로 표기한다.

이 의원은 피부과·성형외과 의원(전문의가 개업한 곳)에서 일하는 월급쟁이 일반의사(비전문의)의 변화를 비교했다. 피부과 의원에 소속된 일반의사는 2017년 28명에서 지난달 말 73명으로 늘었다. 성형외과 소속 일반의사는 같은 기간 30명에서 87명으로 증가했다. 인기 진료과목인 정형외과도 35명에서 52명으로 늘었다.

이 의원 측은 "굳이 전문의를 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의사들이 피부과·성형외과에서 몇 년간 월급쟁이로 일하면서 의료 기술을 익힌 뒤 따로 개업하려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힘들게 전문의 자격증을 따느니 일찌감치 돈을 벌려고 나선다는 것이다.

상당수 대학병원 교수들도 "올해 들어 전문의 과정을 밟지 않으려는 의대 졸업생이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전공의를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종성 의원은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돈 안 되는 필수과목에 갈 바에야 전공의 수련을 하지 않고 취직하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면서 "필수과목 기피와 인기 과목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자료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알 수 있다. 신 의원은 지난 7월 2018~2022년 새로 개업한 일반의원의 진료 과목 신고내용을 분석했다. 일반의원은 보건소에 개설 신고를 하면서 진료 과목을 같이 신고하게 돼 있다. 이에 따르면 5년간 신규 개설한 일반의원은 979곳이다. 이들은 의원당 평균 3.9개(총 3857건)의 진료 과목을 신고했다. 진료 과목별로 보면 피부과가 21.9%(843건)로 가장 많다. 이어 내과 10.8%(415건), 성형외과 10.7%(415건), 가정의학과 10.7%(414건)이다.

최근 5년간 가장 크게 느는 데가 피부과이다. 2018년 154건에서 지난해 193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성형외과는 77건에서 85건으로 늘었다.

신고 비율이 가장 크게 하락한 과목은 소아청소년과이다. 2018년 53건에서 지난해 36건으로 줄었다. 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신경과도 줄었다. 내과도 소폭 감소했다.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증가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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