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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꾸러미의 착한 변신…해외 참전 용사 가족 550명에 보낸다

중앙일보

입력

빼빼로 데이인 작년 11월 1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막대과자를 가판대에 진열하고 있다. 뉴스1

빼빼로 데이인 작년 11월 1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막대과자를 가판대에 진열하고 있다. 뉴스1

“Never Forget You All(당신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올해 ‘턴 투워드 부산’ 행사를 맞아 6ㆍ25전쟁 참전 해외 용사 가족 등에게 발송되는 빼빼로 과자에 이 같은 문구가 새겨진 타블로이드판 잡지가 동봉된다. 턴 투워드 부산은 6ㆍ25 전쟁 당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을 향해 1분간 묵념하는 추모식이다. 참전했던 21개 나라가 함께 주최하는 이 의식은 파병 군인과 전쟁 희생자 등을 추모하기 위해 해마다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11월 11일 오전 11시에 거행된다.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가 제안, 2007년 시작됐다.

빼빼로에 담기는 ‘평화특구’의 선물

24일 부산 남구와 롯데 웰푸드에 따르면 6ㆍ25 참전용사 가족 등에게 올해 발송되는 빼빼로 패키지엔 남구가 제작한 타블로이드판 잡지가 함께 담긴다. 패키지를 받는 대상자는 캐나다와 독일·인도 등 3개국 6ㆍ25전쟁 참전용사 가족 550명이다. 이들 3국은 6ㆍ25전쟁 당시 군인 등 2만7535명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516명이 전사했다.

빼빼로 패키지에 남구가 만든 잡지가 동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구엔 전몰장병 등 2320명 묘역인 유엔기념공원을 포함해 유엔조각공원과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등 전쟁 참상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조성된 기관이 밀집해있다. 유엔기념공원 일대는 2011년 UN이 정하는 ‘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됐다. 남구는 해외에서 참전한 군인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해 재조명하고, 참전용사 가족의 근황 등을 알리는 타블로이드판 잡지를 2018년부터 4차례에 걸쳐 제작해왔다.

부산 남구가 제작한 타블로이드판 잡지의 표제. 올해 참전용사 가족 등에게 전달되는 빼빼로 선물 꾸러미엔 이 잡지가 동봉된다. 사진 부산 남구

부산 남구가 제작한 타블로이드판 잡지의 표제. 올해 참전용사 가족 등에게 전달되는 빼빼로 선물 꾸러미엔 이 잡지가 동봉된다. 사진 부산 남구

올해 잡지는 28면 분량으로 4000부(국ㆍ영문판 각 2000부) 만들었다. 표제를 장식한 건 6ㆍ25 전쟁 당시 미국에서 파병됐던 리처드 위트컴 장군 얼굴이다. 1953년 3월 파병된 그는 그해 11월 ‘부산역 대화재’로 불리는 사고가 일어나자 이재민 3만명을 거둬들이고 군수품을 제공하는 등 구호활동을 했다. 민간인에게 군수 물자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의회 청문회에 소환됐지만, 그는 “그 나라의 국민을 위하는 게 진정한 승리”라고 답변해 오히려 미국 정부로부터 더 많은 구호금을 받아낸 일화로 유명하다. 위트컴 장군은 사후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했다. 다음 달 11일에는 시민 등 1만7735명 모금(3억6500만원)으로 제작한 그의 동상도 유엔기념공원에 세워질 예정이다.

남구 관계자는 “잡지는 본래 유엔의날과 턴 투워드 부산 행사 때 유엔기념공원 등을 방문한 시민과 외국인에게 배포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라며 “과자 선물 꾸러미에도 잡지를 동봉하면 시민이 참전용사 희생을 여전히 기리고 있다는 걸 (가족들에게) 알릴 수 있을 듯해 롯데 측에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추모하자” 뜻 모은 빼빼로, 장관 표창받았다

지난해 11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서 참석 내빈에게 빼빼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가 전달됐다. 사진 롯데웰푸드

지난해 11월 11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서 참석 내빈에게 빼빼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가 전달됐다. 사진 롯데웰푸드

롯데웰푸드가 턴 투워드 부산에 맞춰 참전용사 가족에게 빼빼로 등이 담긴 선물 꾸러미를 발송한 건 2020년부터다. 국내에선 ‘빼빼로 데이’로 굳어진 11월 11일에 거행되는 턴 투워드 부산 의미를 널리 알리고, 참전용사 가족을 예우한다는 취지다. 선물 발송에 필요한 참전용사 가족 정보와 동의 여부 등은 부산지방보훈청과 업무협약에 따라 롯데웰푸드에 제공된다. 빼빼로를 포함한 롯데웰푸드의 유명 제과 등이 선물 꾸러미에 담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땐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도 함께 담겼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6월 “국가유공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의 보훈 문화 확산에 대한 공로가 인정된다”며 롯데웰푸드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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