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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불똥…5000억 미수금 우려에 키움증권 24% 급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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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키움증권이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발 대량 미수금 발생 위기에 처했다. [중앙포토]

키움증권이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발 대량 미수금 발생 위기에 처했다. [중앙포토]

키움증권 주가가 23일 급락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의 여파로 상반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활용한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 이후에도 리스크 관리를 허술하게 해 화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키움증권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3.95%(2만4000원) 내린 7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급락한 건 키움증권이 지난 20일 장 마감 이후 “영풍제지 하한가로 고객 위탁 계좌에서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미수금 규모만 키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인 4258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제 손실 금액은 영풍제지의 거래 재개 이후 반대매매가 종료되고 미수 고객들의 변제 여부에 따라 확정된다. 하지만 수천억원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를 키운 건 키움증권이 다른 증권사보다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낮게 유지하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의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했다.

업황이 부진한 제지업체인데 영풍제지의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지난 11개월간 12배 넘게 오르며 주식 커뮤니티에서도 ‘작전’이 의심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 거래가 차단된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하면 현금 40만원만 있으면 주식 100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 나머지 60만원은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후) 이전까지 납부하면 된다.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하게 된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라덕연 사태’가 벌어졌을 때 CFD 문제로 900억원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CFD 문제로 업계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는데, 당시 문제가 가장 컸던 키움증권만 유독 증거금률을 낮게 유지한 건 상당히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날 키움증권과 관련한 보고서에서 “CFD 사태에 이어 위탁매매 관련 대규모 비경상비용이 발생한 것이 올해 들어 두 번째”라며 “타 증권사가 선제적으로 증거금률을 인상한 점을 비춰볼 때 회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은 뒤늦게 최근 주가가 급락한 2차 전지 종목 등에 대해 미수 거래와 신용융자를 차단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 조치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이날부터 포스코홀딩스와 한미반도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DX, 레인보우로보틱스, 이수페타시스, 인벤티지랩 등 15개 종목의 신용융자와 담보대출을 막고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기로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영풍제지는 투자주의 종목이긴 했지만 투자경고 종목은 아니어서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증거금을 100%까지 올리진 않았다”면서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부분 등을 치밀하게 살폈어야 하는 부분에선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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