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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 LH 아파트 2곳 또 발견…민간은 0건인데 LH만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충남 공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무량판 기둥 사이에 보강공사를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기충남 공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무량판 기둥 사이에 보강공사를 위한 잭 서포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추가로 확인됐다. 앞선 무량판(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지탱하는 방식)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과정에서 누락됐던 30개 단지를 추가로 조사한 결과다.

이로써 전국 22개 LH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밝혀졌다. 반면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민간 무량판 아파트 조사에선 부실시공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LH가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시공이 복잡한 무량판 공법을 선택했는데,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H는 23일 안전진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자체 시행단지 11곳과 민간참여 사업 단지 19곳에 대해 추가 긴급안전진단을 한 결과 2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돼 보강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추가로 철근 누락이 확인된 단지는 경기 의왕시의 ‘의왕초평A3’과 화성시의 ‘화성비봉A3’ 등 두 곳이다.

981가구 규모 ‘의왕초평A3’은 단지 내 918개 기둥 중 46개 기둥에서 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단순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화성비봉A3’은 988가구 규모로 공사가 진행 중인데, 921개 기둥 중 28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됐다. 설계 과정에서 구조계산과 도면 표기가 잘못됐다. LH는 다음 달까지 두 단지의 보강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앞서 LH는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를 계기로 2017년 이후 착공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해 3개월간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난 7월 말 발표된 조사 결과는 91개 단지 중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8월 9일 무량판 아파트 10곳이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11일엔 추가로 5곳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무량판 구조인데도 조사에서 빠진 1개 단지도 나왔다.

이 당시까지 LH는 무량판 구조 102개 단지 중 20곳에서 철근이 빠졌다고 발표했다. 발표 누락 단지가 계속 발견되자 이한준 LH 사장이 직접 고개 숙여 사과했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서는 등 파문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추가로 철근 누락 단지가 또 나온 것이다.

하지만 민간 무량판 아파트 조사에서는 이렇다 할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국토부는 “지난 8월 3일부터 2개월간 실시한 전국 민간 무량판 아파트 427개 현장(시공 중 139개, 준공 288개) 조사에서 모두 철근 누락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수 조사 결과 시공 중 현장 한 곳에서 설계도서에 전단보강근 누락이 발견되었지만, 착공 전 선제적으로 설계 보완 조치했으며, 준공된 아파트 현장에서는 전단보강근 누락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현장점검에서도 시공 및 준공 현장 모두 철근 누락이 발견되지 않았고, 콘크리트 강도도 적정해 보수·보강이 필요한 부실시공 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수조사에는 민간 아파트 단지 외에도 서울주택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공급한 공공 무량판 아파트도 포함됐지만, 철근 누락 문제가 나타나지 않았다.

LH 발주 아파트와는 달리 민간 무량판 아파트에서는 부실시공 사례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번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으로 LH의 관리·감독 부실이 더욱 부각되게 됐다. 이날 국토부는 ▶LH의 재래식 공법 ▶관리·감독 부실 ▶공사비 문제 등으로 LH 아파트에 철근 누락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태오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무량판 구조를 택한 민간 아파트는 대체로 공장에서 전단보강근이 배근된 구조물을 제작한 뒤 현장에 설치하는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다”며 “실패가 나올 확률을 줄인 게 민간 공사와 LH 공사의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정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민간 아파트는 지자체에서 감리자를 선정하는데, LH의 경우 자체적으로 감리를 선정하고 있다”며 “전관 문제 등이 결합하면서 LH가 관리·감독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면을 나타내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용 절감을 위해서 현장 시공이 복잡한 공법을 LH가 많이 채택하고 있었다는 것도 철근 누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무량판 구조 도입을 통해 한해 751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국민이 공동주택에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건설 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방안을 근본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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