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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상회의서 박수 안쳤다고, 대전서 분당 호출한 공공기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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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19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개회식에서 대회사하고 있다. 사진 고용노동부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19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개회식에서 대회사하고 있다. 사진 고용노동부

조향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화상회의에서 박수를 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 주재 간부를 경기도 성남 분당 본사로 호출해 ‘직장 내 갑질’로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 장애인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조 이사장은 2021년 3월 공단 이사장에 부임했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향현 이사장은 2022년 7월 11일 확대 간부 화상회의를 열었다. 지방본부장급 간부 10여명이 참여한 이 자리에서 간부들은 돌아가며 포부를 밝혔고, 참석자들은 발언이 끝날 때마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대전직업능력개발원장 A씨와 경기지역본부장 B씨는 상대적으로 박수에 소극적이었고, 그러자 조 이사장은 “지금까지 박수를 한 번도 안 치신 A와 B에게 큰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A·B씨 입장에선 공개 질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조 이사장의 행동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아직 화상회의 시스템이 꺼지지 않아 모두가 자신의 발언을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비서실장을 통해 “(A·B) 두 사람 올라오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A씨는 회의 직후 조 이사장에게 “이사장님 죄송합니다.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시정하겠습니다. 거듭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까지 보냈지만, 결국 대전과 경기 수원에서 근무하는 두 간부는 분당 본사로 와서 이사장과 면담해야 했다.

지난 7월 기강감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고용부는 “지위·직책을 이용해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한 지시와 요구를 한 것으로 비인격적 갑질 행위”이라며 “조 이사장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 연합뉴스

당시 기강감사에선 조 이사장이 이사회 심의·의결사항인 경조사 휴가일수를 마음대로 늘린 뒤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함께 적발됐다. 그는 2021년 3월 부임하며 자신의 출근저지 투쟁을 진행한 노동조합을 달래기 위해 본인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상 조사 휴가를 1일에서 3일로 확대시켰다. 이같은 사실이 2023년 2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자 휴가일수를 다시 1일로 줄였다며 혁신이행보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자 조 이사장은 줄어든 휴가 2일에 대해 따로 공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공문을 내려보내 무마시켰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를 확인한 고용부는 “혁신가이드라인 추진 목적에 맞지 않고, 사실과 다른 업무처리 결과를 허위 보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이자 의원은 “조 이사장은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이사회를 기망하고, 허위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것도 모자라 직원들에게 비인격적 갑질을 자행했다”며 “공단을 이끄는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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