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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앞으로 꽈당' 이 병이었네…잘 넘어지는 건 '뇌의 경고'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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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넘어질 때 의심할 질환들

뇌에 물 차면 잘 못 걷고 급박뇨
한쪽으로 몸 쏠리면 뇌졸중 의심
근감소 문제도 원인, 운동 필요

평상시 자꾸만 넘어지거나 발을 삐끗한다면 조심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부는 ‘원래 잘 넘어진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잦은 넘어짐에는 이유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뇌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거나 근골격계에 인지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가볍게 넘어져도 크게 다칠 수 있는 만큼 넘어짐의 주요 원인 질환과 동반 증상을 알아두는 게 좋다.

머리에 물 차는 정상압 수두증
뇌척수액은 외부 환경의 변화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뇌를 지켜주는 맑은 액체다. 매일 평균적으로 500cc 정도 만들어지고 배출을 통해 150cc가량 남게 된다.

정상압 수두증은 이러한 뇌척수액의 압력이 정상 범위에 속하나 그 양이 과다해져 뇌 조직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나쁜 단백질이 쌓이는 등의 이유로 순환로가 막히면서 뇌척수액이 배출되지 못하고, 결국 머릿속 물주머니인 뇌실의 부피가 커진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병이나 70세 이상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정상압 수두증에 걸리면 넓어진 뇌실이 뇌 앞쪽의 전두엽을 누르게 된다. 이로 인해 보행 장애와 비뇨기 증상 등이 야기될 수 있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걸음을 잘 내딛지 못하고 앞으로 잘 넘어지며 소변을 참지 못하는 급박뇨를 겪을 수 있다”면서 “인지 기능 저하와 무기력증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은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한다.

보다 확실히 진단하려면 병원에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통해 뇌실이 넓어졌는지, 압력은 정상인지 등을 검사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뇌실에 관을 삽입해 뇌척수액의 우회로를 만들어 빼주는 수술이 있다. 김 교수는 “수술이 완치법이지만 약물과 운동 등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상당 부분 증상이 완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뇌혈관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뇌졸중도 넘어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병이다. 세계뇌졸중기구에서 발행한 2022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사망 원인 2위 질환으로 뇌의 어떤 부위가 손상됐는지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걸을 때 자꾸 한쪽으로 쏠려 넘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걷기가 불편해지고 손발을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할 수도 있다. 보통 뇌졸중일 땐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오고 힘이 빠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양쪽 다리 혹은 팔에만 마비가 온다면 뇌졸중에 의한 증상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또 뇌졸중 환자는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는가 하면 하나의 물건이 두 개로 보이는 증상 등을 겪을 수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뇌졸중에 대해 원인을 들여다보면 결코 느닷없이 생기는 병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수년에 걸쳐 서서히 쌓인 문제로 혈관이 터지거나 막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요한 원인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염분 섭취 줄이기 등을 통해 혈압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다른 뇌졸중의 원인은 동맥경화증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마요네즈, 명란젓 등을 줄이고 고기는 살코기 위주로 먹도록 한다. 튀김보다는 구이·조림·찜 등의 조리법을 택하고 동물성 기름보다는 식물성 기름을 쓰길 권한다.

발목에 경고등 켜진 발목불안정증
누구나 한 번쯤 다리를 접질리는 경험을 한다. 만약 발목을 접질리고 나서 6개월이 넘은 뒤에도 울퉁불퉁한 길을 걸을 때 발목에 힘이 빠지거나 발목이 자주 꺾인다면 만성 발목불안정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발목을 상하좌우로 돌릴 때 시큰하거나 뻐근하고, 삐었던 발만으로는 땅바닥을 딛고 서 있기 어려운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발목불안정증은 손상된 발목 인대를 내버려 둬 발목 염좌(발목을 구성하는 인대가 늘어났거나 찢어져 손상된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자칫하면 수술이 불가피해 증상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며 발목 염좌 치료를 제때 해야 한다. 발목 염좌 치료 방법은 인대의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발목 인대를 구성하는 섬유의 일부가 늘어나거나 미세하게 찢어진 1도 염좌는 하루 정도 지나면 부기가 가라앉고 대개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형외과 최기원 교수는 “이때는 과격한 신체 활동을 피하고 발목 보호대를 2주 정도 착용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발목 외측 인대가 부분적으로 찢어진 상태인 2도 염좌일 때는 발목이 붓고 피멍이 생기며 통증을 동반한다. 발목 탄력보호대나 보조기를 착용하고 균형감각 회복 운동, 발목 근력 강화 운동 등의 기능적 운동 치료를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인대 재건술 등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발목 염좌의 재발을 막으려면 적정한 체중을 유지하고 활동에 적합한 신발을 신는 게 좋다”며 “꾸준한 발목 근력 강화 운동과 아킬레스건 스트레칭, 운동 전 준비운동도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근육 지나치게 줄어든 근감소증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어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감소하는 현상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이 역시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근육량과 근력이 지나치게 감소해 생기는 근감소증이라는 질환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근감소증을 앓으면 평상시 잘 넘어지고 일어날 때 다리에 힘이 모자라 주저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만 불편함을 초래하는 건 아니다. 원 교수는 “근감소증은 치매와 심혈관 질환, 대사성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건강을 악화하는 도미노 현상의 첫 번째 블록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근감소증을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보다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환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골밀도 측정 기계 등으로 근육량과 근력을 파악해 진단을 내린다. 다만 아직 근감소증의 치료제는 없다.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근력 운동과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게 좋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가운데 하나는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다. 한국노인노쇠코호트사업단에서 추천한 이 운동을 하려면 먼저 바퀴가 없는 의자에 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 걸터앉는다. 이어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뻗고 허리와 등을 곧게 편 다음 숨을 내쉬면서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일어난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자세를 10~15회 반복하면 된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큰다는데…

아이들은 뛰놀고 넘어지면서 자란다. 그러나 성인과 마찬가지로 자녀가 유난히 잘 넘어진다면 몸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어 부모가 동반 증상까지 유심히 살피는 게 좋다. 특히 아이들은 몸에 이상이 생겨도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의 관찰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들이 잘 넘어질 때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문제는 사시와 약시다. 약시의 경우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으나 시력이 나쁘고 안경을 착용해도 정상적인 교정시력이 나오지 않는 상태다. 양쪽 눈이 정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사시까지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약시는 아이가 잘 넘어지고 눈을 잘 맞추지 못할 때, 눈을 찌푸리면서 사물을 볼 때 등에 의심할 수 있다. 시력이 완성되는 시기는 보통 8세. 그 전에 정기적으로 안 검진을 받으며 문제를 교정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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