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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세대 HBM' 띄운 날…'칩워' 밀러는 이런 조언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 현장 부스 모습. 사진 삼성전자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 현장 부스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업계 최고 속도인 32Gbps(초당 기가비트) GDDR7 D램 등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대거 선보였다.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반도체 기술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삼성전자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메모리 테크 데이’ 행사를 열고 초고성능 HBM3E(5세대 HBM) 제품인 ‘샤인볼트’ 등을 처음 공개했다고 밝혔다. 샤인볼트는 전작 대비해 용량이 1.5배 커졌고, 전력 효율이 10% 개선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초당 최대 1.2테라바이트(TB)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1초에 30기가바이트(GB) 용량의 초고해상도(UHD) 영화 40편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D램이다. 생성형 AI인 챗GPT 등장 이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엔비디아에 HBM3(4세대)를 독점 공급 중이며, 최근엔 HBM3E에 대한 성능을 검증 중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마이크론도 HBM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HBM3는 올해 출하가 본격화하면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다. HBM 생산 능력은 연말 기준 지난해보다 2배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현재 HBM3의 8단·12단 제품을 양산 중이고, HBM3E도 고객에게 샘플을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HBM3E의 구체적 양산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삼성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후공정)을 ‘원스톱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장점을 내세워 HBM 시장을 공략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각각 46~49%, 마이크론이 3~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날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미터(㎚·1㎚=10억 분의 1m)급 32기가비트(Gb) DDR5 D램을 선보였다. D램 단일 칩 기준 최대 용량으로 지난 5월 양산을 시작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업계 최고 속도인 32Gbp의 GDDR7 D램도 선보였다. 반도체 회로의 선폭은 ㎚ 단위로 계산하고 공정을 미세화해 집적화할수록 생산 효율과 성능이 높아진다.

앞으로 10㎚ 이하 D램에서는 기존 2차원(2D)의 평면이 아닌 3차원(3D)의 신구조를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3D 수직 구조로 칩 면적 한계를 넘어서고, 성능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초거대 AI 시대는 기술 혁신과 성장의 기회가 교차해 더 큰 도약과 함께 도전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무한한 상상력과 도전으로 혁신을 이끌고, 고객·파트너와 협력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솔루션을 제공해 메모리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전 세계에서 600여 명의 고객과 파트너가 참석했다. 반도체 패권 경쟁을 다룬 『칩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짐 엘리엇 삼성전자 미주총괄 부사장과 대담에서 “향후 AI 시장의 성장에 따라 메모리의 역할과 반도체 생산 거점의 다각화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온쇼어링(자국 내 생산)보다는 인력 확보가 더 큰 현안 과제”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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