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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기준금리 더 올릴지 조율 중…이·팔 전쟁이 관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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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호 04면

연준 전문가 김진일 교수, 통화정책 진단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한·미 금리 차에 대해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한·미 금리 차에 대해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미국의 긴축 시계가 다시 빨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여전하다면서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연설해 금융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당초 시장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미국의 추가 긴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에 대해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지를 놓고 연준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의 고조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의장 시절인 1996~98년과 2003~11년 연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던 연준 전문가다. 파월의 발언에 코스피가 털썩 주저앉은 20일, 학교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연준의 매파(긴축 선호) 기조를 재확인했다.
“국제 정세가 달라지면서 추가 긴축 여부가 계속 변하고 있다. 파월 의장이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는 있지만 전쟁 때문에 확률적으로 추가 긴축이 조금 어려워진 건 맞다. 연준에선 금리를 한 번 더 올리느냐 마느냐, 올린다면 언제 올리느냐를 놓고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쟁 양상을 봐가면서 결정할 거다.”
파월 의장은 과거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통했는데 언제부턴가 매파 기조를 보이면서 말이 수시로 바뀌는 ‘매둘기(매+비둘기)파’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임자인 재닛 옐런 의장이 경제 성장을 위한 저금리 유지와 고용 촉진을 선호하는 비둘기파였다면, 파월은 정책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매와 비둘기를 오가는 중립적 입장에 가깝다. 파월은 전형적인 경제학자 출신인 옐런이나 버냉키 등 전임자들과 달리 변호사 출신이다. 그래서 실용성을 중시하고, 공식석상에서 입장을 바꾸는 걸 주저하지 않는 등 발언 스타일에 차이가 있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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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그 이후 연준의 위기 대응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코로나19 직후 빠르고 충분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세계 경제가 최악의 위기로 치닫는 걸 막았다. 가장 잘한 일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경험이 약이 됐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연준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이 더 어려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연준으로선 아픈 부분이다.”
연준이 더 미리 조금씩 금리를 올렸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좋았겠다. 다만 결과론이다. 금리를 급속도로 올렸을 때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연준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6월 9.1%를 기록한 이후 9월 8.2%, 12월 6.5%, 올해 3월 5.0%, 6월 3.0%로 계속 낮아졌다. 하지만 8월과 9월엔 3.7%로 다시 올랐다. 연준은 2%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교수는 “피크(정점)는 확실히 지났지만 2% 달성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목표 달성과 금리 인하는 언제쯤이 될까.
“당분간은 어려울 거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매월 4%를 넘지 않는 실업률, 예상치를 웃도는 일자리 숫자(8월 961만개) 등으로 견고하게 버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 구조가 많이 바뀐 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시장 과열이 완화돼야 인플레이션이 잡힌다.”
고강도 긴축만이 답인가.
“선출된 권력인 행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물가 문제에 접근하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으로 물가 안정을 꾀한다. 따라서 긴축 강화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낼 수 있는, 경험상 최선의 해법이다. 뭘 더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논쟁할 수 있지만 여기에 대해선 이견의 여지가 적다.”
과거 연준에서 일했을 때와 최근 연준의 분위기는.
“과거보다 대내외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역사가 점점 소통을 중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영향일 것이다. 과거엔 연준에서 금리를 결정하고도 공표를 하지 않은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시장에서 예측을 정반대로 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연준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얘기하고 있고, 오히려 너무 많은 걸 얘기해서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은행은 또 금리를 동결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아직까지 문제는 없다. 우려되는 외국인 자금 유출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나 환율 등 다른 요소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한은은 금리를 더 올렸을 때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점과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민생에 충격을 최대한 덜 주고 싶을 거다. 하지만 금리를 더 올려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어느 쪽이 지금의 한국에 더 필요한 건지 따져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한은에 제언을 한다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선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차이는 없다. 행정부로부터, 시장으로부터 독립된 주체로서 통화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이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재정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물론 너무 종속적인 경우도 안 좋다. 시장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눈치를 너무 봐도 문제이지만 시장과 너무 동떨어져도 문제다. 적정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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