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룡 새집서 첫 가을야구…서호철 만루홈런 축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6면

NC의 올 가을 첫 영웅이 된 서호철이 19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0-3으로 뒤진 4회 2사 만루서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동료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NC의 올 가을 첫 영웅이 된 서호철이 19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0-3으로 뒤진 4회 2사 만루서 역전 만루홈런을 터트린 뒤 동료들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곰과 공룡의 한판 대결이 끝났다. 초반엔 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공룡이 힘을 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4위 팀 NC 다이노스가 5위 두산 베어스를 꺾고 포스트시즌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NC는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에 14-9로 역전승을 거두고 준플레이오프(준PO·3선 2승제)에 진출했다. 선발투수 태너 털리가 4이닝 동안 7피안타 1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7번 타자 서호철이 만루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6타점을 기록하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 8번 타자 김형준은 4회 솔로홈런에 이어 8회 말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난적 두산을 물리친 NC는 이틀을 쉰 뒤 22일부터 3위 SSG 랜더스와 준PO를 벌인다.

2015년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1승 어드밴티지를 안은 4위 팀이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승리를 거뒀다. NC는 태너에 이어 이재학·김영규·이용찬 등 투수 6명을 투입하는 총력전 끝에 준PO에 진출했다. 두산 역시 곽빈에 이어 김명신·이영하 등 8명의 투수를 내보냈지만, NC의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NC로선 이날 승리가 더욱 뜻깊었다. 2019년 개장한 홈구장 창원NC파크에서 처음으로 열린 가을야구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2013년 KBO리그에 뛰어든 NC는 이전에는 마산구장을 안방으로 썼다. 2020년 통합 우승을 달성했지만,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가을야구 경기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만 열렸다. 이날 1차전에는 모두 1만2299명의 관중이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은 건 두산이었다. 1회 말 1사 2, 3루에서 양의지가 유격수 땅볼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2회 1점을 추가한 뒤 3회 호세 로하스의 우월 솔로홈런으로 3-0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NC는 결정적인 홈런 2방으로 경기 분위기를 뒤바꿔놓았다. 중심에는 7번 타자 서호철이 있었다. 서호철은 0-3으로 끌려가던 4회 2사 만루에서 벼락같은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두산 선발투수 곽빈의 시속 149㎞짜리 직구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겼다.

NC의 하위타순에 일격을 맞은 곽빈은 흔들렸다. 바로 다음 타자 김형준에게 백투백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고, 도태훈에게 볼넷을 내준 뒤 김명신과 교체됐다.

두산은 5회 다시 2점을 뽑아 5-5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NC는 곧바로 이어진 5회 공격에서 상대 실책을 틈타 다시 앞서나갔다. NC 선두타자 제이슨 마틴의 타구를 쫓다가 2루수 강승호와 우익수 김태근이 부닥치면서 공을 떨어뜨렸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틴은 2루를 밟았다. 이어 후속타로 3루까지 간 뒤 서호철의 타석에서 나온 이영하의 폭투로 홈을 밟아 6-5로 도망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19일·창원)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19일·창원)

NC는 7회에도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점수 차를 벌렸다. 서호철은 4회에 이어 또다시 2사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2루타를 때려내 3점 차로 리드를 벌렸다.

2019년 입단한 서호철은 상무 시절인 2021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88을 기록해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 기세를 몰아 지난해 1군에서 전천후 내야수로 활약했고, 올해 주전으로 도약했다.

서호철은 동료들 사이에서 지독한 자기관리의 표상이라고 불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철저하게 루틴을 지키기 때문이다. 서호철의 집에는 TV가 없다. 오랜 시간 시청하면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TV를 놓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버스 이동 중에도 최대한 스마트폰을 멀리한다. 술·담배도 당연히 하지 않는다. 탄산음료도 가급적 피한다. 잠을 잘 때도 철저한 루틴을 지킨다. 매일 8시간 숙면을 취한다. 가을야구 데뷔전 활약은 바로 이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나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