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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대도 안 가" 무전공 허용 꺼냈던 교육부, 돌연 "추진 안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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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9일 필수의료혁신전략을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를 공식화했다. 당장 정원 숫자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각 대학의 증원 가능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2025년도 입학 정원 확대를 목표로 그동안 관련 업무와 관련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해왔다”며 “앞으로도 의료계와 국민, 환자단체 그리고 전문가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정원 확대의 부작용으로 지적된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대학별 사정에 맞게 적정 인원을 배정하는 후속 과제를 맡게 됐다.

“서울대 치대 붙어도 안 간다”…거센 의대 열풍

의대 쏠림은 의학전문대학원이 학부로 전환된 2015학년도 입시부터 본격화했다. 의전원 체제를 도입한 27개 대학 중 차의과학대학을 제외한 26개 의대가 차례로 학부 체제로 복귀하면서 의대 입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학령인구 감소세에도 의예과의 경쟁률은 2015학년도 이후 꾸준히 6~8대1(정시 기준)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 뉴스1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앞. 뉴스1

동시에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이탈 현상이 확대됐다. 19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대 수시·정시모집 최초 합격자 중 1018명(10.3%)이 등록을 포기했다. 학과별로는 치의학과(치의학대학원)가 34.2% 이탈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뒤이어 간호대(26.8%), 약학대(20.2%), 수의과대(18.9%) 순이었다. 서 의원은 “서울대 치대, 약대 등에 합격한 최상위권 학생들마저 다른 대학 의대로 이탈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복지부, 대학별 증원 가능 규모 조사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고있다. 중앙포토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1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시안을 발표하고있다. 중앙포토

2025학년도 입시에 반영하는 의대 정원은 내년 4월까지는 확정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 4월말까지 학교별로 정원을 정하려면 학내 논의는 더 빨리 끝내야 한다”며 “정원이 늘어나는만큼 필요한 교원이나 시설 확충과 투자, 타 학과 정원 조정 등에 대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정원 배정 기준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협의할 사항”이라고 말을 아꼈다. 의대처럼 복지부가 정원 규모를 정하고 교육부가 최종 정원을 확정하는 간호대의 경우 올해 입시부터 700명 정원을 늘리기 위해 지난 3월 학교별로 신청을 받았고 별도의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한두달만에 배정이 끝났다.

지역별 의대설치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지역별 의대설치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교육부]

하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의대는 정원 배정을 두고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필수의료혁신전략의 취지에 맞게 지방대 소규모 의대를 지원하는 방식이나 의약 분업 이전의 정원을 복원시키는 방법 등을 두고 의견 차가 있을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을 늘리고 싶다고 무조건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선 각 대학의 시설, 교원 여건 등에 대한 조사를 거쳐 현 상황에서 증원이 가능한 규모를 복지부와 함께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전공·자유전공도 의대 진입?…정부 “추진 안한다”

이날 한 언론은 교육부가 무전공·자유전공 입학생도 의대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적어도 대학 신입생 30%는 최대한 전공 선택 자유를 줘야 한다"고 말하면서 "의대 정원도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일부 대학에서 시행 중인 자유전공·무전공제는 보통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양성 규모가 정해져 있는 의대는 선택할 수 없었다. 보도가 나온 뒤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전공·자유전공이 입학 후 의대에 가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어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와 타 학과 간의 합격 점수 차이가 큰 비수도권 대학 등에서는 무전공·자유전공으로 의대에 들어온 학생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자율전공 입학 후 의대로 진학하는 것은 몇몇 대학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것”이라며 “정부는 정책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윤석열 정부에서 대학 입시는 학생과 학부모가 수긍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교육부 장관이 언급한 자율 전공 입학 후 일부 의대 진학 허용은 우리 정부에서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그럴 계획조차 없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불필요한 언급으로 혼란을 야기한 교육부를 질책했다”며 “아이디어 차원일 뿐 전혀 검토조차 안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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