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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우정 상징' 피아니스트 이경미…"일본의 마음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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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 도쿄의 하마리큐아사히홀에서 '한일 우전 콘서트'를 열었던 피아니스트 이경미(왼쪽)와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 중앙포토

2019년 일본 도쿄의 하마리큐아사히홀에서 '한일 우전 콘서트'를 열었던 피아니스트 이경미(왼쪽)와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 중앙포토

피아니스트 이경미(61)는 9세부터 7년 동안 일본에서 자랐고, 일본에서 데뷔한 음악가다. 2015년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기념 공연을 열겠다는 생각도 자연스러웠다. 이경미는 20년 지기 절친인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 (村治佳織ㆍ45)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둘은 1995년 이탈리아 시에나의 음악 축제에서 만나 언니 동생이 된 사이다.

2015년부터 한일 우정 음악회 열어 #다음 달 7일 서울에서 또 한번 '한일 우정' #日 엑셀시오 4중주단과 한 무대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19년에도 둘은 도쿄에서 한 무대에 섰다. 일본 작곡가가 두 사람을 위해 쓴 ‘당신의 눈동자’를 함께 연주하며 우정을 보여줬다. “음악을 통해 양국 관계가 단번에 좋아질 순 없지만, 한일 사이에 이런 우정도 존재한다는 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일본의 NHK는 이 공연의 준비 과정부터 취재해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이경미가 다시 한번 한일 우정 음악회를 연다. 다음 달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일본의 현악4중주단인 엑셀시오와 함께 연주한다.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경미는 “두 나라 사이가 좋아져서 정말 기쁜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마음을 많이 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기업들이 이번 공연을 많이 도와줬다. 특히 한국에 나와 있는 일본 기업들이 선뜻 나서줬다.” 이번 공연은 JAL일본항공의 협찬, 또 주한 일본대사관, 한국 내의 최대 일본계 커뮤니티인 서울재팬클럽의 후원을 받는다. 이희건한일교류재단, 경남대학교도 협찬한다.

피아니스트 이경미. 사진 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이경미. 사진 크레디아

일본 연주자들도 적극적이었다. “엑셀시오 4중주단은 음악회의 취지를 듣더니 정말 좋아했다. 다른 음악회 일정이 겹쳐서 고민했는데, 그 공연을 다 취소하고 한국에 오기로 했다.” 엑셀시오는 1994년 결성됐으며,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 여러번 입상했던 팀이다. 최근에는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전곡을 공연하고 음반으로 발매하며 주목 받았다. 이경미는 “일본에서 공연을 직접 보기 위해 한국에 오겠다는 이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

일본의 엑셀시오 현악4중주단. 사진 크레디아

일본의 엑셀시오 현악4중주단. 사진 크레디아

그는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 저도 불안한 마음으로 우정 음악회를 해왔는데 이제는 더 자신 있게 이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했다. 한일 공동 음악회에 대한 아이디어는 주한 일본 대사였던 오구라 가즈오(小倉和夫·85)의 제안에서 얻었다. 그의 연주를 좋아했던 오구라 전 대사의 부탁이었다. 이경미는 “오구라 전 대사가 독감에 걸려 다음 달 공연을 못 오게 됐다며 e메일을 보냈다”라고 했다. 거기에는 ‘한일 관계가 진전된 데는 이경미의 공이 크다. 감격스럽다. 바다 건너 응원을 보낸다’라 적혀 있었다 한다. 이경미는 “당연히 큰 응원으로써 해주신 말씀이지만 기분이 좋았다”며 “나는 주변에서 그림을 그려주면 실행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했다.

이경미는 일본ㆍ한국ㆍ미국ㆍ러시아 등에서 두루 활동하는 피아니스트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사카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면서 모차르트의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이경미와 엑셀시오 콰르텟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4중주 1번,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쇼팽의 작품은 원래의 오케스트라 악보를 실내악용으로 편곡한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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