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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눈 침침, 폰 글자 키웠어요"…퇴행성 관절염도 23% 늘었다 [MZ 가속노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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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녹내장을 검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녹내장을 검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사무직 이모(33)씨는 최근 갑자기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끼지 않으면 업무를 보기 힘들어서다. 이씨는 “눈이 항상 건조한 느낌이 들고 예전엔 잘 보이던 글자들도 잘 안 보인다. 스마트폰 글씨를 키워야 할 정도"라면서 "안 챙기던 비타민A 영양제와 인공눈물을 꼭 챙겨 다닌다”고 말했다.

출판사 마케터 전모(36)씨는 2년 전 요가를 시작했는데 오른쪽 팔이 잘 펴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선 근육이 다쳤다가 회복을 못 한 상태로 업무를 보는 등 혹사한 게 이유 같다고 했다. 건강을 챙긴다고 시작한 요가가 과로와 겹치면서 몸을 상하게 한 것이다. 전씨는 “여전히 오른팔이 불편하지만 일을 쉴 수 없어 견디며 산다”고 말했다.

눈과 관절은 40대를 넘어서며 노화가 두드러지지만 MZ세대(20~30대)도 안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사무실에 앉아서 노트북을 장시간 쳐다보고,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눈과 뼈의 노화를 빠르게 하고 있다.

20~30대 녹내장 환자, 10년새 21% 증가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한모(33)씨는 깨어있는 동안 컴퓨터나 태블릿,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시간이 1시간도 안 된다. 강의도 주로 유튜브로 본다. 한씨는 “최근 문장을 끝까지 읽는 게 힘들다. 원근감이 약해져서 탁구를 할 때면 공이 실제보다 빨리 온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안과질환인 녹내장의 경우 노화가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 10년간 20~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0~30대 녹내장 환자는 9만2964명이었지만 10년 뒤인 지난해에는 11만2341명으로 약 21% 증가했다.

직장인 최모(36)씨도 직장 건강검진 결과 3년 전 ‘녹내장 의심’ 진단을 받았다. 검진표에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시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과음한 다음날 유독 눈이 침침해지면서 심상찮은 기분을 느낀다. 최씨는 “불안감이 커져서 조만간 정밀검사를 받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윤제문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근거리 초점을 못 맞추는 상태인 ‘노안’과는 구분되지만 녹내장도 엄연히 안구의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다. 주로 40대를 넘으면 검사하라고 권하는데 최근 30대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조기 퇴행성 관절염'이라 불러야 할 판  

20~30대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증가세도 심상찮다. 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나 질환의 이름도 퇴행성 관절염인데 젊은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2년 16만4636명이던 20~30대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지난해 20만2198명으로 약 23% 늘었다. 50~60대 환자는 같은 기간 170만5968명에서 214만4067명으로 약 26% 늘었다. 절대 숫자로 보면 50~60대 환자 수가 훨씬 많지만 중장년층이 앓는 줄만 알았던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증가 속도가 20~30대나 50~60대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김지형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긴 시간 컴퓨터 작업으로 어깨가 안쪽으로 말리면서 어깨 주변의 관절막 등이 쉽게 자극 받고 손상되는 20~30대들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강종우 고대 안산 병원 수부외과 교수는 “손목 통증 환자는 과거 40~50대가 다수였는데, 지금은  20~30대가 70%”라며 “입시와 취업 준비, 스마트폰 사용 등 관절에 부담을 주는 행위가 광범위해진 게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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