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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마스 기습 비장의 패러글라이딩…"개성도 생산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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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TV가 2016년 12월 11일에 공개한 북한군 제525군부대(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청와대 타격 훈련모습. 당시 영상에는 특작부대원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침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2016년 12월 11일에 공개한 북한군 제525군부대(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의 청와대 타격 훈련모습. 당시 영상에는 특작부대원이 패러글라이딩으로 침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알아크사 홍수'로 명명한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감행할 당시 전동 패러글라이더로 허를 찌른 가운데 북한 역시 남침에서 비슷한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최근 정보당국은 개성공단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는데, 북한이 남측 기업의 생산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해 패러글라이더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분석 중이다.

17일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군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패러글라이더를 생산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레저용 제품을 군사용으로 전용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북한이 패러글라이더를 특수부대의 후방침투나 생·화학무기 살포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 폐쇄 당시 A기업이 300여개의 패러글라이더 완제품을 두고 나왔다"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침투에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하자 당국에서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가 된 생산설비는 개성공단에서 패러글라이더를 생산하던 A기업 소유로 추정된다. 해당 기업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당시 완제품과 원부자재 상당량을 개성에 두고 내려왔다고 한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완제품과 3개월 동안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자재, 반제품을 남겨두고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가동 당시 패러글라이더 생산에 북한 노동자가 투입됐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북한은 패러글라이더 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자재뿐 아니라 숙련된 인력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한군 제525군부대(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2016년 12월 청와대 타격을 가정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북한군 제525군부대(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2016년 12월 청와대 타격을 가정한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노동신문

군 당국은 이미 2017년 9월 북한이 패러글라이더를 대남 침투수단으로 활용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북한군 특수전 부대는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서 한·미 연합사령부를 기습 침투하는 훈련을 수일간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은 2016년 12월에도 제525군부대(총참모부 작전국) 직속 특수작전대대가 한국군의 참수작전에 대응해 청와대 타격을 가정한 훈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패러글라이더를 활용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패러글라이더는 조작이 쉽고 무게가 3~4㎏에 불과해 장비 무게가 가벼운 편이다. 레이더로 포착하기도 쉽지 않고, 소리 없이 저공으로 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군 특수전 부대원들이 패러글라이더를 접어서 등에 메고 산으로 올라간 뒤 비행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하마스의 패러글라이더 침투를 통해 북한이 대남 비대칭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다"며 "북한이 패러글라이더 부대를 통해 생·화학무기까지 사용한다면 전쟁이 우리의 예상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승용차에 물품을 가득싣고 남측으로 입경하는 개성공단 관계자를 취재진이 둘러싸고 취재하는모습. 중앙포토

2013년 4월 승용차에 물품을 가득싣고 남측으로 입경하는 개성공단 관계자를 취재진이 둘러싸고 취재하는모습. 중앙포토

일각에선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A기업은 2007년 10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약 5㎞ 길이의 패러글라이더 실과 천을 당국의 승인 없이 개성으로 반출했다가 적발됐다. 당시 산업자원부는 통일부에 해당 물자를 회수할 것을 통보하면서 "반출된 품목인 생산 소재 중 패러글라이더의 실과 천 등이 전략물자에 해당되며, 제조기술은 향후 군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응해 개성공단 폐쇄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제와 실질적 위협으로 진화할 우려가 커진 셈이다. 당시 상황에 밝은 전직 당국자는 "당시 정부가 결정한 지 하루 만에 공단 폐쇄가 전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물자까지 다 들어 내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폐쇄 이전에도 공단이 중단됐던 사례가 있었음에도 관련 대책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는 생산설비나 제품의 경우 신속하게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알려왔습니다] 〈하마스 기습 비장의 패러글라이딩…"개성도 생산 정황"〉 관련

본 신문은 지난해 2023. 10.18.자 더 북한 코너에 〈하마스 기습 비장의 패러글라이딩…"개성도 생산 정황"〉이라는 제목으로, 개성공단 내에서 북한이 남측 기업의 생산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해 패러글러이더를 생산했을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고, 정보당국의 판단을 근거로 "개성공단 폐쇄 당시 개성공단에서 패러글라이더를 생산하던 A기업이 300여 개의 패러글라이더 완제품을 두고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통일부의 발표를 근거로 "A기업이 2007년 10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약 5km의 길이의 패러글라이더 실과 천을 당국의 승인 없이 반출했다가 적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 측은 "패러글라이더를 300여 개가 아닌 70여 개 정도 개성공단에 두고 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반출한 생산소재가 전략물자에 해당된다고 통보받은 바는 있으나, 해당 아라미드실을 군용물자로 전용하기 어렵고, 의도적으로 개성공단으로 당국의 승인 없이 반출하지 않았으며 해당 생산소재는 전량 회수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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