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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짝퉁 만들다가 27년 만에 206배 성장한 이 회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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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차이점은 로고뿐이다.” 2005년 출시된 비야디(BYD)의 첫 번째 자동차 F3는 이렇게 토요타 코롤라와 똑 닮았다는 비아냥을 받았다. 대신 F3의 가격은 코롤라의 반값에 불과한 8000달러(약 1080만원)였다.

BYD를 창업한 왕촨푸 회장은 ‘카피(복사)’를 ‘전략’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는 2021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들(선진 자동차 업체)에게서 배워야 한다. 그래야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4일 ‘중국 BYD가 어떻게 테슬라의 가장 큰 위협이 되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개한 일화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 중앙포토

왕촨푸 비야디 회장. 중앙포토

카피캣에서 27년 만에 206배 성장

BYD는 불과 27년 만에 매출이 약 206배 폭증했다. 설립 첫해인 1995년 3억 달러(약 4065억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매출은 617억 달러(약 83조6000억원)로 늘어났다. 연평균 증가율이 56%에 이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꽉 잡았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야디는 130만여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 세계 전기차 제조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04% 늘어난 규모다. 전기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테슬라는 같은 93만5000여 대를 판매하며 2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65% 성장했다. 이렇다 보니 마이클 슈 BYD 유럽 대표는 지난달 “독일의 자동차 역사는 137년이나 됐지만, 차를 만든 지 20년밖에 안 된 비야디가 이미 지난해 신(新)에너지 차량 판매에서 세계 1위가 됐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BYD의 초고속 성장은 중국 전기차 신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국 내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과 매한가지로 BYD의 최대 강점 역시 ‘수직 계열화’다. 전기차의 3대 핵심 기술이라고 불리는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장치(ECU)를 모두 자체 조달하는 자동차 메이커는 BYD가 유일하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광산도 보유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 폭등에 대비한 필수 자원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BYD는 중국 최대 리튬 생산지인 장시성 리튬 광산 프로젝트에 42억 달러(약 5조7000억원)를 추가 투자했다.

스마트폰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만큼 배터리도 직접 만든다. 이 회사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진 데는 자체 제작 배터리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것이 한몫했다. 현재 BYD에서 양산되는 모든 전기차에 탑재된 블레이드 배터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CLA 클래스 전기차와 KG모빌리티의 토레스 EVX 등에 채택됐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하면 떠오르는 가격 경쟁력은 기본이다. 지난 9월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 UBS는 BYD 차종을 해체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부품의 75%를 자체 생산해 테슬라의 동급 모델과 비교해 비용을 15% 낮췄다”며 BYD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향후 가파른 점유율 성장을 점쳤다.

비야디반도체의 차량용 반도체. 중앙포토

비야디반도체의 차량용 반도체. 중앙포토

가격 날개 달고 세계 곳곳서 확장 전략

신흥 시장 진출의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BYD는 지난 10일 우즈베키스탄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지자흐에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BYD는 제조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전략과 고품질 배터리를 기반으로 현지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이 주요 목표”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선 14억 내수 시장에 기댄 폭풍 성장이 한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팀장은 “BYD는 중국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인 ‘양왕(Yangwang)’이 해외에서 보다 선전해야 가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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