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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15% 전쟁터 간다…'스타트업 국가' 이스라엘의 대응법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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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4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경계 지역에이스라엘 군 부대가 집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4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경계 지역에이스라엘 군 부대가 집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타트업 국가’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전쟁으로 또 다른 도전에 처했다. ‘사람이 자원’인 나라인데, 핵심 인력의 입대 와중에 글로벌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혁신의 불씨도 지켜야 한다. 이스라엘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휴전 중인 분단국가이자 ‘스타트업 코리아’를 지향하는 한국이 주목할 점은 무엇일까.

도전받는 이스라엘 테크 산업

이스라엘 스타트업 종사자 15%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예비역 소집 통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포브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소집 인력 36만 명은 920만 이스라엘 인구의 4%에 해당하지만, 종사자 연령대가 낮은 테크 스타트업 특성상, 이들 기업 재직자의 소집 비율이 높다는 것.

사이버보안 전문매체인 더레코드 미디어는 “이스라엘의 첨단 산업 핵심 인력엔 이스라엘 8200 정보부대 출신이 많고, 이들 중 상당수가 소집될 수 있기에 산업이 어려움에 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첨단 기술 수출액은 710억 달러(약 96조원)로, 자국 총 수출액의 48%를 차지한다(2023 이스라엘 혁신 산업 보고서).

이 와중에도 스타트업들은 서비스를 지속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이 강한 사이버 보안 등은 24시간 대응이 중요한데, 소규모 스타트업은 1~2명만 빠져도 타격이 있기 때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기업들은 해외 고객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며 “이스라엘 기술 업계의 대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라고 보도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이스라엘의 대응

① 자국 테크 기업들 발벗고 나서
쟁쟁한 이스라엘 테크 기업들이 먼저 나섰다. 씨텍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빌아이는 이스라엘 남부 주민 지원에 500만 달러(약 68억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모빌아이는 히브리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암논샤슈아가 1999년 창업했고, 지난 2017년 인텔에 154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됐다.

지난해 10월 모빌아이의 나스닥 재상장을 축하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사진 왼쪽)와 암논 샤슈아(가운데) 모빌아이 창업자 겸 CEO.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모빌아이의 나스닥 재상장을 축하하는 팻 겔싱어 인텔 CEO(사진 왼쪽)와 암논 샤슈아(가운데) 모빌아이 창업자 겸 CEO. 로이터=연합뉴스.

기술 지원에 나선 곳도 있다. 씨텍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핀테크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래피드(Rapyd)는 전 세계 테러 조직으로 송금되는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전용 ‘워룸(War Room·작전지휘실)을 설치했다. 이외에도 인력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먼데이닷컴은 실종자·피랍자·부상자 정보를 가족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감 중개 플랫폼 피베르·월넛 등은 보급품 수송 봉사 등을 하고 있다.

② 초기 스타트업 지킨다
초기 스타트업이 전쟁 시기를 버텨내도록 돕자는 ‘세이프돔 펀드’도 결성됐다. 현지 매체 캘커리스트에 따르면, 전(前) 이스라엘군 8200부대 사령관과 혁신기술부 전직 관료 등이 주도했다고 한다. 이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엔젤(개인) 투자자로부터 5000만 달러(650억원)를 모아, 연말까지 스타트업 100곳에 최대 50만 달러씩 투자할 계획이다.

③ ’업무공백 메우자’ 자원 운동도
핵심 직원들이 입대한 스타트업의 업무 공백을 메워주자는 운동도 온라인에서 일어났다. 포브스에 따르면, 뉴욕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테크 기업 출신이 ‘원격근무로 자원봉사하자’라는 온라인 신청 페이지를 열자, 수일 만에 전 세계 1000명 이상이 링크드인 주소 등을 등록하며 지원했다고.

이스라엘의 우군

① 인재 귀한 빅테크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이스라엘에 있는 연구개발(R&D) 부서 직원 3300명에게 지지 서한을 보냈다. 13일 현지 매체 캘커리스트에 따르면, 그는 서한에 “입대한 우리 직원 수백 명의 무사귀환을 빈다”며 “우리가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하마스 공격으로 딸을 잃은 에얄 월드먼 멜라녹스 창업자에게 애도를 표했다. 월드먼의 딸 다니엘과 남자친구는 키부츠 음악축제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는데, 남자친구 역시 엔비디아 직원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AI 기업 멜라녹스는 지난 2019년 70억 달러(약 9조원)에 엔비디아에 인수됐다.

에얄 월드먼 멜라녹스 창업자(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 사진 엔비디아

에얄 월드먼 멜라녹스 창업자(왼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른쪽). 사진 엔비디아

이스라엘 혁신청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현재 35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R&D 센터가 있다. 구글은 텔아비브와 하이파에 2200여 명의 직원을, 마이크로소프트는 텔아비브에 20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거대 테크 기업이 이스라엘 기술 스타트업을 인력째 인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② 글로벌 유력 VC들도 나서
500개 이상의 글로벌 VC가 이스라엘 지지 성명에 서명했다고 지난 13일 포브스가 보도했다. 베인 캐피털 벤처스, GGV캐피털, 8VC 등은 성명에서 “전세계 벤처 커뮤니티가 이스라엘 기업과 투자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미국의 유명 투자사 인사이트 파트너스는 이스라엘의 인도주의적 지원 비영리기구(NGO)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고, 또 다른 미국 VC 제너럴 카탈리스트는 이스라엘 현지 스타트업에 25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에 테크 산업이란

테크 산업은 이스라엘 GDP(국내총생산)의 18%를 차지한다. 이스라엘 혁신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첨단기술 분야 평균 월급은 2만8385셰켈(약 965만원)로, 타 분야보다 2.7배 높았다. 10년 전에는 이 격차가 2.3배였는데, 점차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사회통합 측면에서도 테크 분야 일자리에 주목해왔다. 지난해 테크 종사자 중 아랍인의 비율은 2.4%, 유대교 근본주의파의 비율은 2.4%로 둘 다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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