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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허브' 이스라엘 전쟁에…삼성·SK도 반도체 공급망 '노란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스타트업왕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부터 시작해서 부품·장비 제조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친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텔아비브 시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스타트업왕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부터 시작해서 부품·장비 제조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친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곳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텔아비브 시내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현지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운영 차질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창업국가’로 불리는 이스라엘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부터 부품·장비 제조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쳐 핵심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중장기 관점에서 관련 기업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이스라엘 수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품목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로, 전체의 2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총 3억1100만 달러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정도 증가했다. 이어 전자응용기기(19.3%), 계측제어분석기(10.2%)로 세 품목이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55.7%)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6억6100만 달러였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반도체 산업은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부터 시작해 다양한 스타트업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포진돼 있다. 한국은 2019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했으며 반도체 장비 관련 수입 관세도 철폐됐다.

더욱이 한국은 일본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주력 산업의 소재·부품·장비 분야 수입 의존을 개선하기 위해서 원천 기술 보유국인 이스라엘과 기술협력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반도체 계측 및 검사 분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36% 이상(2020년 기준)이다.

하지만 이번에 전쟁 발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이스라엘 현지에는 글로벌 톱 장비 업체인 미국 KLA,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가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캠텍, 계측 장비 업체 노바 등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업체의 제조 공장도 여럿이다.

이 밖에도 팹리스 스타트업도 포진해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영업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팹리스의 경우 차세대 반도체를 설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 본사를 둔 반도체 업체의 경우 직원들이 예비군으로 차출돼 참전하기도 한다. 이러면 실질적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반도체 기업으로는 이스라엘과 가장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인텔이 꼽힌다. 인텔의 초기 엔지니어 도브 프로만이 1974년 실리콘밸리를 떠나 이스라엘에 작은 반도체 디자인센터를 건립했다. 인텔이 미국 외 지역에 설립한 최초의 센터다. 이후에도 꾸준히 인텔은 이스라엘에 사업을 이어오면서 지난해 기준 인텔의 이스라엘 매출은 87억 달러를 기록해 이스라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달한다. 현재 이스라엘 남부 키르야 갓에 대규모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거점이 있는데 분쟁 지역과 3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인텔은 현지 직원 보호를 위한 비상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분쟁이 계속된다면 운영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텔은 250억 달러를 투자해 이스라엘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이스라엘은 인텔의 4대 생산기지 중 하나다. 텔아비브에 있는 인텔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인텔의 4대 생산기지 중 하나다. 텔아비브에 있는 인텔 공장. 로이터=연합뉴스

반도체 업계에선 중장기적으로 악재를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톱3 반도체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의 릭 코트초 기업전략 담당 글로벌 부사장은 “전 세계가 정치적 갈등으로 불거진 신뢰의 문제에 처했고, 1조 달러에 이르는 반도체 산업도 그 피해를 받고 있다”라며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기술 산업 발전에 아주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이날 11일·13일로 예정된 인천발 텔아비브행 항공편 KE957 3편 모두 결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체류객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텔아비브로 보낸 KE958 편(218석 규모)은 10일 오후 1시45분(현지시간) 출발해 오는 11일 6시 1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11일과 13일 텔아비브 출발 편은 현지 공항 사정 확인 후 운항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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